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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기] 눈 오는 날 인헌시장 어묵 — 작은 이모의 "방 따뜻하지?" 전북에 내린 눈업무를 마치고 대전에서 광주로 내려오는 길이었다.광주에 눈이 많이 온다는 예보에 처음엔 KTX를 예약해뒀다. 실시간으로 날씨를 확인하다가 저녁에는 눈이 없다는 예보를 보고 차표를 취소했다. 외근할 일이 많아 차를 가지고 내려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예상대로 전북 쪽에서 눈이 쏟아졌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눈송이에 부딪혀 흩어졌다. 제설차를 따라 비상깜빡이를 켜고 50km로 서행하며 내려왔다.올해는 작년만큼 눈이 많지 않았는데, 오늘따라 눈 구경을 실컷 했다. 아, 겨울이구나 싶었다.낙성대역 반지하, 그리고 어묵눈이 쌓인 도로를 달리다 보니 문득 서울 자취 생활이 떠올랐다.그때 가장 싼 가격으로 낙성대역 인헌시장 근처 반지하에 살았다. 월세가 30만 원이었던가. 아무.. 2025. 1. 8.
[투자일기] 빈병과 폐지 줍는 할머니 — 공경이라는 가르침 빈병을 들고 슈퍼마켓으로 달려가던 날어릴 때 빈병을 모아서 슈퍼마켓에 갖다 주면 몇백 원을 받았다.큰돈은 아니었지만 군것질을 할 수 있는 돈이었다. 형이랑 같이 집에 모아둔 빈병을 들고 슈퍼마켓에 가던 날이 생각난다. 유리병이 서로 부딪히는 짤랑짤랑 소리를 내면서 봉투가 무거워 있는 힘을 다 써야 했다. 슈퍼마켓 아줌마가 빈병을 세어주고 동전 몇 개를 손바닥에 올려주시면, 형이랑 마주 보며 뭘 살지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그때 어머니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있다."쉽게 돈 버는 게 어디 있어? 돈이 굴러 들어오는 줄 알아?"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어머니께서 가르쳐주신 첫 번째 투자 교육이었는지 모른다.2025년 1월 기준으로 소주병(360ml)은 약 100원, 맥주병(500ml)은 약 130원, 대형 유리병은.. 2025. 1. 7.
[육아일기] 고창 딸기체험 653일 — 빨간 것만 골라 가리키던 그 눈빛 처음으로 딸기를 따러 갔다주말에 아이를 데리고 고창으로 딸기체험을 하러 갔다.비닐하우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달콤한 딸기 향이 훅 밀려왔다. 초록 잎 사이로 빨간 딸기들이 줄줄이 달려있었다. 딸기철이라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들이 정말 많았다.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다가 호명되자마자 아이 손을 잡고 딸기밭으로 들어갔다.딸기가 아이 키보다 약간 높게 있어서 아이가 편하게 볼 수 있었고, 우리는 앉아서 따면 됐다.사전에 빨간색만 따면 돼라고 인지시켰더니, 아이가 진짜로 빨간 것만 손가락으로 짚었다. 초록빛이 섞인 딸기 앞에서는 손을 거뒀다. 그리고 완전히 빨간 것 앞에서 나를 올려다보며 확인하듯 쳐다봤다. 우리가 따주면 아이가 바구니에 넣었다.20개월 아이가 색깔을 구분하고 있다는 게 새삼 대견했다.수확한 딸기도.. 2025. 1. 6.
[투자일기] 이직이라는 점핑 — 준비가 안 됐으면서 고민부터 하는 건 순서가 틀렸다 넌 점핑 안 하냐회사를 다니다 보면 동기들에게 종종 듣는 말이 있다."넌 점핑 안 하냐?"와이프도 가끔 묻는다."오빠는 한 직장을 10년 이상 다니면 지겹지도 않아?"나도 나름대로 이직을 해봤다. 내 돈 주고 다니는 회사, 해외연수 간다고 사람을 정리하는 회사, 복지의 달콤함으로 가면을 쓴 회사. 앞서 써둔 이야기들이다.다만 그 이직들은 지금 말하는 이직과는 결이 다르다. 그때는 불가피하게 이직할 수밖에 없는 환경적인 조건이 많았다. 지금은 현재 회사에 충분히 만족하면서도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연봉도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이직을 말하는 것이다.내가 회사를 오래 다니는 기준한 회사에 오래 있는 기준은 딱 하나다.지금도 성장하고 있는가.한 회사에 오래 일하면 직장 내 관계와 업무 프로세스에 익숙해져 안정.. 2025. 1. 5.
[투자일기] 자격증은 입장료다 — 자유이용권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서랍장에서 나온 2006년 자격증서랍장을 정리하다가 자격증 하나가 눈에 띄었다.2006년에 취득한 기사 자격증이다. 노란 바탕에 한국산업인력공단 도장이 찍혀있는 그 종이가 세월이 꽤 지났는데도 그대로였다.당시 선배들이 이게 있어야 취업이 된다고 했다. 취업이 쉬워진다는 말에 혹해서 필기와 실기를 준비했다. 퇴근 후 도서관에서 책을 펴고, 주말에는 실기 연습을 반복했다. 합격 발표를 확인하던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지금도 그때의 결론은 같다.취업이 쉽게 됐다는 것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계기가 더 컸다. 그 시작으로 이후에도 자격증 취득을 여러 개 했고, 공부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졌다.자격증은 이론이다, 실무가 아니다그렇다고 자격증이 만능은 아니다.자격증은 이론적 지식이나 최소한의 .. 2025. 1. 4.
[투자일기] 여수 딸기모찌와 장인정신 — 빈손으로 돌아온 이유 여수 출장, 사고 싶었던 것여수 출장을 다녀왔다.보통 출장을 가면 시간이 날 때 맛집에 들러 포장해서 오는데, 이번엔 그냥 빈손으로 왔다. 사실 가져오고 싶었던 게 있었다.딸기모찌.찹쌀떡 안에 신선한 딸기와 달콤한 팥소가 들어간 일본식 디저트다. 일본에서는 이치고다이후쿠라고 불린다. 이치고는 딸기를, 다이후쿠는 큰 복을 의미한다. 떡 안에 복을 가득 담는다는 뜻이다.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미 알고 있던 디저트다.그런데 여수에서 딸기모찌가 유명한 이유가 있었다. 1968년 1대 할머니께서 일본 오사카에서 찹쌀떡 기술을 전수받아 시작하셨고, 지금은 3대째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일본 디저트가 여수의 대표 간식이 됐다.가게 앞에 서서 진열대를 들여다봤다. 하얀 찹쌀떡 안으로 빨간 딸기 끄트머리.. 2025.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