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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기] 흘러가는 대로 살아왔다 — 99도에서 멈추지 말자 아무 생각 없이 문과와 이과를 선택했다. 아무 생각 없이 전공을 골랐다. 아무 생각 없이 회사에 취업했다.내 마음대로 산 게 아니라,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왔다. 돌아보면 스스로 결정한 것보다 그냥 주어진 것들을 따라온 것들이 더 많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다.회사에서 주는 월급으로 먹고살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살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늘 주어진 틀 안에서 움직인다.그렇다고 그 틀 안에 영원히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늦었다는 마음은 버렸으면 한다. 무엇이라도 지금 당장 시작해봐야 한다.99도에서 멈추지 말자물은 100도에서 끓는다. 99도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냄비 위에 손을 갖다 대도 아직 뜨겁지 않다. 아무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 딱 1도가 더 오르는 순간, 물이 끓어오.. 2024. 12. 21.
[투자일기] 불쾌하고 불명예스러운 직업일수록 돈을 잘 번다 예전에 책에서 읽은 문장이 있다.불쾌하고 불명예스러운 직업일수록 수입이 많다.처음엔 의아했다. 막상 인테리어 현장을 다녀보니 이해가 됐다.오래된 건물 화장실 배관 작업 현장에 처음 들어갔을 때가 기억난다. 좁은 통로 안으로 기어 들어가야 했다. 발밑에는 오물이 있었고, 천장에서는 이상한 냄새가 내려왔다. 그 공간 안에서 묵묵히 작업을 하는 설비 기사분의 뒷모습을 보며, 이 사람이 왜 돈을 잘 버는지를 몸으로 이해했다.누구나 알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아는 지인이 한번은 하소연했다."사람이 없다. 돈을 잘 번다고 해도 안 한다."나는 그 자리에서 이렇게 답했다."제가 하고 싶습니다."지인이 잠깐 나를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진짜로? 라는 물음이 담겨있었다.심리적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그.. 2024. 12. 20.
[육아일기] 그날 태어났다 — 2023년 3월 26일, 오후 4시 52분 2023년 3월 26일, 오후 4시 52분.우리 아이는 그 시각에 세상에 나왔다.그전에 한 번의 아픔을 겪었다. 두 번째로 찾아온 생명이었기 때문에 분만실 앞에서 기다리는 그 시간이 더 길게 느껴졌다. 코로나 때문에 분만실 앞까지만 허용됐다. 문 너머에서 아내가 얼마나 힘든지를 소리로만 들어야 했다.자연분만을 시도했다. 진통이 오래 이어졌다. 결국 제왕절개 수술로 전환됐다.나중에 아내가 말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제왕절개 할걸. 너무 힘들었어."그 진통을 온몸으로 버텨낸 사람이 하는 말이었으니까. 충분히 이해가 갔다.아이는 귀한 손님이다어느 교수가 말했다."아이는 우리에게 온 귀한 손님이다. 귀한 손님은 내가 좌지우지할 수 없는 존재이며, 온전히 애정을 쏟아주고, 좋아하는 일은 응원해 주고, 있는 .. 2024. 12. 20.
[일상일기] 일반 사람의 인생 경로 — 추마인가, 아주르인가 어느 책에서 읽은 문장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대학에 가고, 좋은 성적을 받고, 졸업하고, 좋은 직업을 갖는다. 급여의 몇 퍼센트를 주식에 넣고, 퇴직연금을 채우고, 신용카드를 없앤다. 그렇게 30년을 보내고 퇴사한다. 가족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치킨 가게, 커피숍, 배달앱을 알아보다가 어느덧 60~70대가 된다.다 알고 있는데도 우리는 변하지 않는다.변하고 싶은 사람어떻게 하면 저런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원대한 꿈은 있는데 지금 걷는 길이 그 꿈을 향하고 있지 않아서 불안하다.솔직히 나도 그런 생각을 한다. 지금 이 길이 맞는 건지, 너무 늦은 건 아닌지.하지만 결국 도전하기 싫은 이유는 하나다. 너무 늦었고, 나이도 들었고, 딱히 내세울 게 없다는 핑계가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회사에서 통제받는.. 2024. 12. 18.
[일상일기] 오늘도 힘차게, 자신 있게 — 말 잘하는 사람보다 잘 듣는 사람이 팔린다 어릴 적에 웅변·미술 유치원을 다녔다.가끔 꺼내 듣는 녹음 테이프가 있다. 작고 째지는 목소리로 또박또박 외치는 소리."오늘도 힘차게! 자신 있게!"그 덕분이었는지 중고등학교 발표도, 대학교 과제 발표도 전혀 낯설지 않았다. 교단 앞에 서서 목소리를 높이는 게 자연스러웠다.사회에 나와서는 말없는 말이 좋아졌다그런데 막상 사회생활을 해보니 달라졌다.크게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보다, 조용히 듣는 사람 옆에 있고 싶어졌다. 상대방이 스스로 얘기하는 걸 들을 때 시간이 잘 간다. 억지로 무언가를 채우지 않아도 대화가 흐른다.어느 날 아는 동생이 밥을 먹다가 말했다."형은 왜 말이 잘 통하냐."젓가락을 내려놓고 대답했다."나 네 얘기만 듣는데 뭘 잘 통하냐."그날 한 시간 동안 내가 한 말은 겨우 이 정도였다.".. 2024. 12. 17.
[일상일기] 그토록 원하던 대학교에서 받은 첫 경고 — 학사경고에서 과대표 연임까지 드디어 원하는 대학교에 입학했다.합격 통보를 받던 날, 어머니가 그 자리에서 우셨다. 그동안 고생한 장면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나도 잠을 못 잤다. 설레서, 기뻐서, 뭔가 해냈다는 감각이 온몸에 가득했다.하지만 막상 대학 생활은 내가 상상하던 모습이 아니었다.학사경고OT, MT, 술자리. 예체능계라서 그런지 친구들은 너무 개방적이었다. 조용한 성격인 나는 그 분위기 속에서 점점 구석으로 밀려났다. 수업보다 아르바이트가 더 편했다. 커피숍, 롯데리아. 새벽까지 일하고 낮에 학교에 나갔지만 강의실 의자에 앉으면 눈이 감겼다.그렇게 1년이 흘렀다.학교에서 종이 한 장이 왔다.학사경고.손이 떨렸다. 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종이를 바로 찢었다. 부모님께 알리지 않았다. 우편물을 없애버렸다.그날 밤 잠을 이루.. 2024. 1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