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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기] 사택에서 시작된 이야기 — 부산에서 홍어 가게를 연 부모님의 25년 어릴 적 우리 가족은 사택에서 살았다.공장 옆에 붙어있는 낡은 건물이었다. 복도를 지나면 기름 냄새가 배어있었고, 여름밤에는 창문을 열어도 더위가 가시지 않았다. 1층에 5가구, 2층에 2가구가 공용 화장실 두 개를 함께 썼다. 아침마다 화장실 앞에 줄이 섰던 기억이 난다.장마가 오면 침수는 연례행사였다. 겨울엔 연탄 보일러를 갈 때마다 손에 검은 가루가 묻었다. 2남 1녀를 키우시면서 아버지는 회사에서, 어머니는 그 회사 지하 식당에서 밤늦게까지 일하셨다. 그 환경에서 우리를 키워주셨다는 게, 지금도 생각하면 놀랍다.청천벽력 같은 해고 통보어느 날 회사가 열악한 상황에 놓였다.두 분이 같은 회사에 다니고 계셨으니, 해고 통보 하나로 두 분이 동시에 실직하셨다. 당시 나는 고등학교 3학년을 막 졸업했고,.. 2024. 12. 8.
[일상일기] 70대 아버지의 전화 — 계좌는 개설해드리지 않았다 70대 아버지의 전화저녁 늦게 전화가 왔다. 아버지였다."아들아, 요즘 장이 좋지 않은데. 증권계좌 하나 개설해줄 수 있겠냐."누나를 통해 주문하다 보니 한발 두발 느리다고 하셨다. 직접 하면 더 빠르고 편하지 않겠냐고. 그 말투가 익숙했다. 아버지 특유의, 부탁인지 질문인지 모를 그 말투.나는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아버지, 한 다리 거쳐서 주문하는 게 좋아서 권유드렸던 거예요. 괜찮으시겠어요?"전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그 틈에 말을 이었다."아버지가 저한테 늘 그러셨잖아요. 모든 투자는 신중히, 급하게 서둘러서 얻어지는 건 없다고. 그 말씀 아직도 가슴에 새기면서 투자하고 있습니다."계좌는 개설해드리지 않았다.아버지의 투자 논리그러자 아버지가 다른 걸 물으셨다. 지금 들고 있는 주식,.. 2024. 12. 7.
[투자일기] 오래된 책들이 말을 걸어왔다 — 직장인 아빠의 첫 주식 투자 이야기 오래된 책들이 말을 걸어왔다 — 내가 처음 투자를 시작한 날책장을 정리하다가 멈췄다.대학교 때 읽었던 책들이 거기 있었다. 먼지가 살짝 앉아있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오래된 종이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활자가 바랬고, 밑줄이 쳐진 문장들은 어딘가 낯설면서도 낯익었다.워런 버핏. 피터 린치. 10억 만들기.이 책들이 책장에 꽂혀 있다는 걸 보면, 나는 꽤 오래전부터 이 길 위에 있었던 것 같다.처음 투자를 접한 날20대 중후반, 건설 현장 출장이 잦던 시절이었다.현장 일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는 형이 불쑥 물었다."너 주식할 줄 아니?"내 대답은 이랬다."그게 뭔데요? 아, 자살하는 거 아니에요? TV에서 많이 본 것 같은데…"형은 소리를 내어 웃었다.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다."아니, 자.. 2024. 1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