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퇴근길
오늘은 하루 업무가 다 끝나고, 대전에서 광주로 출발을 했습니다. 광주에 눈이 많이 온다고 해서, 처음에는 KTX를 예약해놓고, 차를 회사 근처 숙소에 주차를 해두고 갈까 고민을 했습니다. 실시간으로 날씨를 검색을 했고, 저녁이 되어서 광주에 눈이 내리지 않는다고 해서, 차표를 취소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차를 타고 외근할 일이 많을 것 같아서, 차를 가지고 내려갔습니다. 예상대로 전북 쪽에는 눈이 많이 쌓였고, 앞이 안보일정도로 눈이 아주 많이 내렸습니다. 앞에 제설차를 따라서, 비상깜빡이를 켜고, 50KM 서행으로 운전을 하니, "아. 겨울이구나"를 실감 했습니다. 올해는 작년처럼 그렇게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서 그런지, 오늘따라 눈구경을 많이 했습니다.
2. 낙성대
문득 예전에 서울 자취생활 할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 당시 제일 싼 가격으로 해서, 낙성대역 인헌시장 근처 반지하에 살았습니다. (월세가 30만 원이었던가, 아무튼 엄청 싼 걸로 기억합니다.) 부산에서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모든 것이 낯설었는데 그래도 저를 반겨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인헌시장의 어묵"이었습니다. 저는 부산사람이라서 어묵을 많이 좋아합니다. 그래서 어묵이 맛있고, 맛없고는 어느 정도 미식가처럼 알 수는 있습니다. 퇴근을 하고 지하철을 내려서 길을 걷다 보면, 인헌시장 쪽으로 오게 되는데, 그때는 모든 게 맛있어 보입니다. 그중에서도 매일 먹었던 게 인헌시장의 떡볶이와 어묵이었는데, 지금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묵 끝에 빨간색, 파란색, 흰색으로 표기를 해서, 가격대가 모두 달랐던 걸로 기억합니다. 서울생활에서 가장 맛있었던게 뭐냐고 물어보면, "눈 오는 날 인헌시장의 어묵"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는 얼마나 맛있는 게 많은데"라고 할 수는 있지만, 제 기억 속에 아직도 남아 있는 거 보면, 가장 맛있는 음식만은 틀림이 없습니다.
3. 첫인상
저에게 있어서 서울은 첫인상이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어느 회사에 대한 아픔이 어느정도 있기 때문입니다. 부산촌놈이 서울에 와서 그것도 두 번이나 실패를 맛보았기 때문에 상처도 많은 곳입니다.
지하철에서 뛰어다니는 사람, 지하철이 좁음에도 불구하고 악착같이 탈려는 사람, 지하철노선 없이는 탈 수 없는 교통, 등 모든 게 저에게는 낯선 환경이었습니다.
아침이 되면, 알람시계도 필요 없습니다. 반지하의 작은 창문틈에서, 사람들 발자국 소리가 군대에서의 구보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귀뚜라미가 얼마나 많은지, 한 번씩 자고 있으면, 얼굴 위로 지나가는데, 그럴 때마다 놀라기도 합니다. 반지하의 매력(?)이라고 할까? 그렇게 매일매일을 보낸 곳입니다.
4. 서울이모
그래도 그나마 버틴것은 서울에 계시는 작은 이모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어머니는 5남매입니다. 위로는 오빠가 3명, 언니가 1명, 아래로는 1명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막내이모가 서울이모입니다. 친척 중에 유일하게 작은 이모는 혼자서 서울에서 생활을 하십니다. 사촌동생이 2명이 있었는데, 현재는 1명밖에 없습니다. 어렸을 때 동생 2명이랑 저랑 재밌게 놀았던 추억도 많습니다. 둘째는 몇 년 전에 오토바이 사고로 하늘나라에 있습니다. 친구와 같이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고로, 친구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고, 동생은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그때 당시의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이모는 매일같이 우셨습니다. 작은 이모는 이모부와 결별하고 나서, 오랫동안 두 아들을 키우셨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늘 저에게 서울가서도 "이모한테 잘해야 된다", "이모한테 폐 끼치는 행동을 하면 바로 내려와라"라고 늘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만큼 어머니에게 작은 이모는 둘도 없는 소중한 동생이고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작은 이모는 저를 늘 아들처럼 대해 주셨습니다. 밥은? 몇 시에 오니? 용돈은 있니? " 늘 걱정해 주셨고 지금도 가끔 저에게 안부를 물으십니다.
우리의 삶에서 가족은 안정감을 주는 가장 좋은 안식처 입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겪는 스트레스나, 문제를 공유하며 위안을 삼기도 합니다. 함께 보내는 시간만으로 삶의 행복을 크게 좌우하기도 합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나누는 웃음,기쁨은 우리를 지탱해 주는 가장 든든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눈 오는 겨울이 오면, 작은이모가 늘 저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 방 따뜻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