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투자일기

[투자일기] 빈병과 폐지 줍는 할머니 — 공경이라는 가르침

by 우노디야(백운호) 2025. 1. 7.
반응형

 

 

 

빈병을 들고 슈퍼마켓으로 달려가던 날

어릴 때 빈병을 모아서 슈퍼마켓에 갖다 주면 몇백 원을 받았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군것질을 할 수 있는 돈이었다. 형이랑 같이 집에 모아둔 빈병을 들고 슈퍼마켓에 가던 날이 생각난다. 유리병이 서로 부딪히는 짤랑짤랑 소리를 내면서 봉투가 무거워 있는 힘을 다 써야 했다. 슈퍼마켓 아줌마가 빈병을 세어주고 동전 몇 개를 손바닥에 올려주시면, 형이랑 마주 보며 뭘 살지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어머니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있다.

"쉽게 돈 버는 게 어디 있어? 돈이 굴러 들어오는 줄 알아?"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어머니께서 가르쳐주신 첫 번째 투자 교육이었는지 모른다.

2025년 1월 기준으로 소주병(360ml)은 약 100원, 맥주병(500ml)은 약 130원, 대형 유리병은 200원 이상이다. 지금도 환경 보호와 재활용 촉진을 위해 빈병을 반환하면 소비자에게 환불해주는 제도는 그대로다.

한 번쯤 아이에게 빈병 교환으로 돈의 소중함을 가르쳐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40대가 된 내가 아직도 그 추억을 잊지 못하는 걸 보면, 나에게는 돈 이상의 가치였다.


폐지 날이 있던 시절

예전에는 초등학교에서 폐지를 가져오는 날이 있었다.

특정 날짜를 정해서 집에 있는 신문지, 골판지, 책자를 들고 학교에 제출해야 했다. 학급별로 경쟁하고, 많이 모은 학생이나 학급에 상을 주는 방식으로 동기부여를 했다. 취지는 환경 보호와 재활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은 없어진 것 같지만, 폐지 더미를 질질 끌고 친구와 함께 학교에 가던 그 추억이 아직도 떠오른다.


하루 종일 일해서 버는 돈이 2,000원

길을 가다 보면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을 종종 본다.

2024년 12월 기준으로 신문지 1kg당 약 152원, 골판지 1kg당 약 106원이다. 하루 종일 거리를 돌아다녀도 평균 수입은 2,000원에서 4,000원 내외다. 월로 환산하면 6만 원에서 12만 원. 폐지 가격이 하락하면 더 낮아진다.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수집량이 줄고 작업도 어렵다. 무거운 짐을 끌거나 들고 다녀야 해서 부상의 위험도 크다.

왜 그분들이 보도블록을 두고 도로를 걸으시는지 나는 이해한다. 폐지 카트는 보도블록의 턱을 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난이 아니라 이해가 먼저여야 한다.


골목 아랫집 할머니

이사하기 전 주택에 살 때, 아랫집에 폐지 줍는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할머니 집 앞 골목에는 늘 폐지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 봐 매번 직접 정리하셨다. 낡은 끈으로 묶인 폐지 더미가 언제나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매일 아침 나가셔서 저녁 늦게 들어오셨다. 돌아오시면 다시 폐지를 정리하고 계셨다.

형이나 나를 볼 때면 반갑게 맞아주셨고, 가끔 과자 한 봉지도 사주셨다.

그때는 몰랐다. 할머니가 그렇게 힘든 일을 하고 계신 줄을.

설날이나 추석에는 할머니 집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골목 앞에서 뛰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웃으시던 할머니의 미소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공경

공경. 공손하게 존경한다는 뜻이다.

나이와 지위에 관계없이 상대의 인격과 존재를 존중하는 태도다.

"공부 안 하면 커서 저렇게 된다" 가 아니라,

"세상에는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고, 서로 존중하며 살아야 해" 가 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 아이에게 그것을 먼저 가르치는 것이 빈병 교환보다 더 큰 가르침일 수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