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격증
문득 서랍장을 정리하다 보니, 자격증 하나가 보였습니다. 06년에 취득한 기사 자격증입니다. 그때 당시에 선배님들이 이게 있어야 취업이 된다라고 해서 취득한 자격증입니다. 그냥 취업이 쉬워진다는 말에 혹해서,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준비하고 합격까지, 엄청난 열정을 쏟고 했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혹자는 자격증 없어도 취업이 된다, 자격증 없어도 된다라고 합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저의 결론은 "취업이 쉽게 되는 것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계기"가 더 큰 것 같습니다. 그 시작으로 이후에도 자격증 취득을 많이 했고, 공부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던 것 같습니다.
자격증은 이론적 지식이나 최소한의 자격을 증명할 뿐, 실제 실무능력과 동일시되지 않습니다. 기업은 실질적으로 문제 해결능력과 경험을 더 중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나치게 많은 자격증을 보유해서 난 저 기업에 꼭 가겠다는 진로의 방향성은 잘못된 판단입니다. 자격증은 취업의 보조수단이지, 입사에 필요한 태도, 의사소통, 조직적 합성 등과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2. 입장료
어느 날 회사를 이직한 선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선배: 잘 지내니?
나: 네 선배님, 선배님도 잘 지내시죠? 거기는 어때요?
선배: 요새 경기가 이래서 다 힘든데, 그래도 아직은 먹고 살만은 하다.
나: 선배, 요즘 트렌드가 안전 관련 이라는데, 그쪽으로 일하는 사람 많나요?
선배: 야, 엄청 많다. 정부에서 밀어주니깐 너나 할 것 없이 전부 자격증 취득하고 난리다.
나이 드신 분들 많고, 젊은 애들도 많다.
나: 와 전망이 좋은가 봐요
선배: 그럼 뭐 하냐, 현장에선 엑셀 하나도 못하는데,
우리한테 필요한 건 그 안전 관련 자료를 정리해주는 거야. 요즘 사람들은 엑셀도 잘못해,
나: 역시 자격증은 입장료 같은 거네요, 현장과는 다르네요
3. 경험
그렇다고 자격증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자격증은 특정분야에서의 기술과 지식을 인정받게 해주는 입증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채용담당자에게는 신뢰성과 역량을 입증하는데 도움을 주는 자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일부 직무는 자격증 소지가 필수적으로 필요도 합니다. 즉 자격증의 중요성이 큰 직업군은 필요할 것이고, 자격증의 중요성 낮은 직업군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의 경험상 제가 회사를 취업하게 된 이유는 자격증보다는 포트폴리오에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자격증보다는 포트폴리오의 창의성을 중요하는 직업군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면접당시에도 제 경험이 들어가 있는 포트폴리오 질문이 많았습니다. (자격증에 대한 질문은 1도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저는 자격증이라는 입장료를 내고, 포트폴리오라는 자유 이용권을 사용해서 여기저기 실무에 적용을 했습니다.
회사는 당장의 당신의 실무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입장료만 들고 들어가면 엄청난 좌절감을 맛보실 수 있습니다. 단순한 지식이나 정보를 넘어서 실제적인 능력, 통찰력, 그리고 자기 이해를 형성하는데 경험만큼 중요한 자산은 없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입장료를 만들고 계신가요? 아니면 자유이용권을 만들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