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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기

[투자일기] 거실에 TV가 없는 집 — 누나와 매형에게 배운 참 교육

by 우노디야(백운호) 2024.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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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의 합격 소식

며칠 전 둘째 조카가 수능을 마치고 수시 면접을 봤다.

어제 전화가 왔다. 합격이라고.

온통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들려온 반가운 소식에 집안이 축제 분위기라고 했다. 전화 너머로 누나 목소리가 울먹이고 있었다. 하루빨리 부산에 가서 직접 축하해줘야겠다.


TV 없는 거실, 책장으로 둘러싸인 집

누나 집에 갈 때마다 들어서는 순간 느낌이 다르다.

거실에 TV가 없다. 벽면을 따라 책장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책장 안에 책상이 있고, 보드판이 있다. 거실 한쪽에 의자를 두고 앉으면 마치 작은 도서관 같다. 처음 갔을 때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텅 비어있어야 할 자리에 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매형도 퇴근하면 공부를 하고, 아이들도 하교하면 바로 씻고 공부를 한다. 그렇게 루틴이 만들어져 있다.

한 번은 물었다.

"너무 답답하지 않아?"

누나는 웃으며 말했다.

"처음에는 환경만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좋아해서 하는 거다."

거실에서 누나와 매형이 책을 읽으면, 아이들은 그 옆에서 공부를 한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바로 물어보고, 보드판에서 그림과 함께 설명해준다. 그 풍경이 자연스럽다는 게 신기했다.

주말에는 책에 나온 유적지를 직접 차를 타고 방문한다. 부산이든 경주든 진주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때 한국사를 쉽게 취득했는지도 모른다.

거실의 책이 이미 1,000권이 넘는다. 조카들이 읽고 나서 꽂아둔 책들이 하나씩 쌓여온 결과다.


메타인지가 뛰어난 아이

둘째 조카가 어느 날 누나에게 말했다.

"엄마, 나 이게 부족한 것 같아요. 딱 3개월만 여기에 가면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언가 부족하고, 거기에 필요한 기간이 얼마인지 정확히 계산한 뒤 단점을 보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잠깐 멈칫했다. 이 나이에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게. 시간에 대한 개념이 명확해서 낭비하는 시간을 본 적이 없다고 누나가 말했다.

매 시간 단위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모습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뭘 했지 싶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솔직히 같은 나이 때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거울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사람들은 의외로 자기 자신을 모른다.

거울 앞에 서면 외모만 본다. 머리카락이 잘 정돈됐는지, 얼굴에 뭐가 났는지. 그런데 자기가 진짜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서 에너지가 나오는지, 무엇을 잘하는지는 잘 모른다.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

사람은 자신을 알아야 불행을 피하고 행복할 수 있다. 군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개념 있다, 없다"*였는데, 그게 바로 그 말인지도 모른다.


자격이 있어야 상을 받는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그것을 받을 자격이 있어야 한다.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주어진 24시간에 열정을 쏟고, 자기 분야의 최고가 되려고 노력하면 된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면, 결국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된다.

누나 집 거실이 늘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TV 없는 거실, 1,000권의 책, 그리고 어제의 합격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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