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연휴가 끝났다
23일 부산을 출발해서 29일 순천까지, 7박 8일의 일정을 마치고 광주로 돌아왔다.
어제저녁 집에 들어서니 냉기가 먼저 맞아줬다. 아무도 없던 집의 공기가 그대로 차갑게 앉아있었다. 서둘러 보일러를 켰다. 아이는 차에서 계속 곯아떨어진 채였다. 들어 안아 침대에 눕혀도 깨지 않았다.
와이프는 감기에 걸렸고, 나도 목감기가 왔다. 7박 8일이 몸에 남아있었다. 내일은 회사 복귀고, 오늘 하루가 유일한 쉬는 날이다. 7박 8일 동안 쌓인 빨래와 청소가 기다리고 있다.
역시 사람은 충전이 필요하다.
정적인 부산, 동적인 순천
명절이나 집안 행사가 있을 때 종종 부산 시가와 순천 처가를 간다.
두 집은 성향이 매우 다르다.
부산 부모님은 20년 넘게 가게 장사를 하시면서 묵묵히 쉬지 않으신다. 여행을 거의 하지 않는 타입이다. 한 번씩 와이프와 여행을 같이 가자고 말씀드려도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하신다. 가게 문을 닫는 게 쉽지 않으신 거다.
순천 부모님은 여행을 좋아하신다. 일을 하시면서도 여행 계획을 짜고, 가고, 또 다음 여행을 준비하시는 타입이다.
한마디로 정적인 부산, 동적인 순천이다.
와이프가 종종 하는 말이 있다. 결혼은 둘의 궁합도 중요하지만, 집안의 궁합도 정말 중요하다고. 집안 때문에 결혼의 문턱 앞에서 좌절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봐서 그런지 그 말이 충분히 이해된다.
그리고 와이프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오빠랑 결혼한 건 오빠 어머니 때문이야. 어머니한테 감사해야 해."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어머니는 그런 분이다. 누나, 형을 키우면서 늘 희생만 하셨다. 우리한테도 그러신 분인데, 와이프한테는 더 하셨다.
사위로서의 자리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내가, 또 다른 환경 속에서 자란 와이프의 가정으로 스며드는 건 정말 어려웠다.
지금도 적응 중이다. 좀처럼 쉽지 않다.
좋고 싫고의 개념은 없다. 각자의 삶이 다를 뿐이었으니까.
장인어른은 기가 세시고, 장모님은 할 말은 딱 하는 스타일이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환경이라 늘 긴장하게 된다. 그래서 순천에서는 내 의견을 거의 내지 않는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스스로 판단은 하지만, 절대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 거의 경청 모드다.
이번 설에는 처남, 처제의 가치관과 장인어른의 가치관이 살짝 충돌하는 순간이 있었다. 분위기가 오묘해졌다. 사위로서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이 혼잣말도 와이프에게 하지 않는다.
몇십 년 넘게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내가, 명절과 집안 행사에만 오는 사위가 옳고 그름을 판단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스며드는 방법
가끔 아이와 외출하거나 나들이를 가면 사진을 모아서 장인어른, 장모님께 보내드린다.
딸아이 사진을 좋아하시기도 하지만, 조금씩 스며들기 위해서다. 가끔 전화는 드리지만 길게 통화하기는 어렵다. 늘 어렵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한다. 담양이나 보성 쪽에 있으면 "순천 한번 가볼까?" 슬며시 와이프에게 말하고 그쪽으로 간다. 저녁 늦게 간 적도 많고, 말없이 간 적도 많다.
나는 와이프를 사랑하고, 딸아이를 사랑한다. 그리고 부모님을 사랑한다.
결혼식 때 했던 그 말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아들로서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각자의 다른 삶은 존중해야 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말아야 하며, 간섭보다는 적절한 거리 두기로 경계를 지켜야 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
이 한마디의 열린 마음이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보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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