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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육아일기] 고창 딸기체험 653일 — 빨간 것만 골라 가리키던 그 눈빛

by 우노디야(백운호) 2025.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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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딸기를 따러 갔다

주말에 아이를 데리고 고창으로 딸기체험을 하러 갔다.

비닐하우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달콤한 딸기 향이 훅 밀려왔다. 초록 잎 사이로 빨간 딸기들이 줄줄이 달려있었다. 딸기철이라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들이 정말 많았다.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다가 호명되자마자 아이 손을 잡고 딸기밭으로 들어갔다.

딸기가 아이 키보다 약간 높게 있어서 아이가 편하게 볼 수 있었고, 우리는 앉아서 따면 됐다.

사전에 빨간색만 따면 돼라고 인지시켰더니, 아이가 진짜로 빨간 것만 손가락으로 짚었다. 초록빛이 섞인 딸기 앞에서는 손을 거뒀다. 그리고 완전히 빨간 것 앞에서 나를 올려다보며 확인하듯 쳐다봤다. 우리가 따주면 아이가 바구니에 넣었다.

20개월 아이가 색깔을 구분하고 있다는 게 새삼 대견했다.

수확한 딸기도 먹고, 시식용 딸기도 먹고, 하루 종일 딸기만 먹었다. 아이 입가에 딸기 물이 빨갛게 묻어있었다. 당분간은 딸기가 없어도 될 것 같다.


태어난 지 653일, 체험이 중요한 이유

3세 이전의 아이는 급격히 성장한다. 감각, 운동능력, 사회적·정서적 발달이 가장 활발한 시기다.

아이가 이 체험을 나중에 기억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 시기의 경험은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고 탐구하도록 돕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감각과 상호작용 중심의 활동이 가장 적합하다.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체험들이 있다. 물놀이는 다양한 온도의 물과 장난감으로 물의 질감과 움직임을 느끼게 해준다. 모래놀이는 촉감 발달에 좋고 손으로 쥐는 연습이 된다. 자연 속에서 직접 걷게 하면 바람, 나뭇잎 소리, 햇살을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다.

동물원이나 가축체험장에서 동물과 교감하는 것도 좋다. 손발 도장, 물감 놀이 같은 미술 활동, 그림책 읽기, 숨바꼭질.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요즘 독감이 유행이라 조심스럽지만, 가능한 범위 안에서 아이와 함께하는 체험을 이어가고 싶다.


잠시 편하면 평생 편해질 수 있다

식당에 가면 부모들이 아이에게 영상을 보여주며 식사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우리는 아직까지 아이에게 핸드폰을 보여주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다.

외출이나 외식에서 아이가 울거나 떼를 쓰면 힘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편하고자 영상 하나로 아이의 관심과 흥미를 대신할 수는 없다. 아이의 관심과 흥미는 부모여야 한다.

미국소아과학회(AAP)는 만 18개월 미만 아이는 영상통화를 제외한 TV, 태블릿 등 스크린 노출을 피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언어 발달 지연, 수면 방해, 운동 능력 저하, 사회적 상호작용 감소 등 부정적인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잠시 영상매체로 편해지면, 나중에는 더욱 편해진다. 아이가 부모보다 화면에 더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빨간 딸기만 골라서 가리키던 그 눈빛이 오늘의 전부였다.

그 눈빛을 계속 보고 싶어서, 오늘도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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