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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육아일기] 인생을 100년으로 가정하면 — 부모님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나 남았나

by 우노디야(백운호) 2024.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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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2024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가족과 부산으로 향했다.

아이 짐을 챙기고, 카시트를 고정하고, 고속도로 진입 램프를 오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을 100년으로 가정하면 부모님은 30년, 나는 60년, 딸아이는 100년이 남았다. 1년에 부모님 집을 방문하는 횟수는 평균 6~7회. 30년 곱하기 7회, 겨우 210번이다.

숫자가 작게 느껴졌다. 아이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이 고작 1년도 되지 않는다는 게.

광주에서 부산까지 왕복 7시간, 순천까지 왕복 2시간. 하루에 충분히 가능한 거리인데도 생각처럼 자주 가지 못한다. 핑계는 많다. 일이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아이가 어려서. 전부 내 핑계다. 부모님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실 텐데.

백미러에 비친 고속도로가 뒤로 멀어졌다. 부모님 머리카락이 갈수록 하얗게 변해가는 사실이 안타깝다.


늘 가는 곳만 간다

부산이 고향이라 하면 많이 부러워한다. 해운대, 광안리, 맛집이 많아서 좋겠다고.

그런데 현실은 반대다. 늘 가는 곳만 간다. 아는 곳만 가도 시간이 모자란다.

나는 남포동을 좋아한다. 예전엔 서면이나 부산대 근처를 좋아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 냄새 나는 곳이 좋아졌다. 아저씨가 되어서 그런가 보다.

고등학교가 대신동 경남고였다. 친구들과 추억이 많다.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도 여기서 했다. 아침 일찍 카페 문을 열면서 맞은편 가게에서 장사 준비를 하는 아저씨 아주머니를 봤다. 저분들처럼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바닷가 근처라서 아침마다 짠 냄새가 났다. 그 냄새가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다. 특정 계절에 바다 근처를 지나면 그 시절이 순간적으로 떠오른다.


가장 가슴속에 남는 곳, 용두산공원

그래도 가슴속에 가장 많이 남는 곳은 용두산공원이다.

어릴 때 아버지 어머니와 자주 왔던 곳이다. 비둘기들이 발 앞으로 모여들면 아버지가 손바닥에 뭔가를 올려 비둘기를 불렀다. 그래서 지금도 비둘기가 무섭지 않다.

용두산공원은 나에게 부모님 냄새가 나는 곳이다.

나중에 딸아이에게도 그런 장소를 만들어주고 싶다. 어른이 되어서 어딘가를 지나갈 때, 문득 엄마 아빠 냄새가 나는 곳. 부모님께서 내게 주신 것을 아이에게도 선물로 주어야겠다.


부모님은 고민하지 않는다

부산에 가면 부모님은 늘 말씀하신다.

"뭔가를 제대로 해줘야 하는데, 그런 것도 못해줘서 마음이 아프다."

홍어 가게를 25년 동안 지켜오신 분들이,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씀하신다.

누군가 물어본다면 어떨까. 엄마를 위해서 죽을 수 있냐고. 쉽지 않다. 고민이 된다.

반대로 부모님께 물어보면 어떨까. 아들딸을 위해서 죽을 수 있냐고.

고민하지 않으신다.

우리가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처럼, 부모님도 우리를 똑같이 바라보고 계신다. 우리는 아직 부모님의 아들과 딸이기 때문이다.

210번이라는 숫자가 머릿속에 오래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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