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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기

[투자일기] 성심당 줄을 서면서 떠올린 투자 이야기 — 특허와 상표권

by 우노디야(백운호) 2025.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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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김소보로는 이제 사 오지 마

대전에서 일하다 보니 성심당을 자주 간다.

아이와 와이프가 빵을 좋아해서 퇴근길에 들러 사서 집으로 가곤 한다. 그런데 며칠 전 와이프가 말했다.

"오빠 튀김소보로는 이제 사 오지 마!"

응? 왜?

"너무 많이 먹어서 다른 빵을 먹고 싶어."

그래서 요즘은 튀김소보로 대신 새로운 빵을 많이 사서 가져가곤 한다. 그래도 한 번씩은 먹고 싶을 때가 있다.


튀김소보로의 나이

그 튀김소보로의 생일은 1980년 5월 20일이다.

나보다도 형이다. 성심당 창업자의 아들 임영진 씨가 발명한 빵이다. 특허번호 10-1104547호. 다른 흔한 빵에는 없는, 특허를 받을 만큼 가치 있는 존재다.

특허권 존속 기간은 출원일로부터 20년이다. 즉 2031년까지는 다른 곳에서 똑같은 제조 방법으로는 만들 수 없다.

참고로 성심당이라는 이름은 상표권, 튀김소보로 조리법은 특허권이다. 대표 메뉴인 부추빵도 특허권이 있다. 상표권은 10년마다 갱신하면 영구적으로 유지되고, 특허권은 출원일로부터 20년이 존속 기간이다.


튀김과 소보로의 만남

튀김소보로는 우연한 시작에서 비롯됐다.

기존 소보로 빵에 변화를 주고 싶어 실험하던 중 한번 튀겨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당시 제빵사들도 회의적이었다. 튀김과 소보로의 조합이 어울릴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예상외로 반응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식감이 신선하게 다가왔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금의 튀김소보로가 됐다.

와이프가 기름에 물린다고 한 이유도 결국 튀겨서다.


비밀을 공개하는 선택

음식점이나 빵집을 운영하는 경영자는 특허 출원 앞에서 고민이 많다고 한다.

특허는 출원 단계부터 대중에게 공개되기 때문이다. 유명 맛집의 조리 비법이 공개되면 경쟁 업체들이 모방 제품을 만들 수 있고, 경쟁력과 매출에 악영향이 생긴다.

그럼에도 특허를 등록하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2031년 이후에는 특허가 만료되어 누구든 그 조리법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래도 걱정은 되지 않는다. 브랜드 인지도, 고객 충성도, 품질. 성심당은 이미 대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상표권 이야기

성심당이 유명해지면서 비슷한 이름으로 영업을 시도하는 업체들이 생겨났다.

특허 출원 기록을 보면 1997년, 1999년, 2000년에 걸쳐 가짜 성심당 상표 출원이 지속적으로 올라왔다. 그 약점을 노린 것이다. 실제 성심당(임영진)의 상표 출원은 2013년 6월이다.

특허는 사업의 주춧돌과 같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업을 지지하고, 모방과 경쟁이라는 비바람을 견디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줄을 서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보이는 매출이나 주가보다, 그 기업이 얼마나 단단한 해자를 쌓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성심당의 특허와 상표권이 그 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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