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투자일기

[투자일기] 장례식장에서 더 배운다 — 아버지가 펑펑 우신 그날

by 우노디야(백운호) 2025. 1. 12.
반응형

 

 

결혼식보다 장례식을 먼저 가는 이유

나이가 들다 보니 주변 지인들의 부고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오늘도 부산에서 대학 후배의 부친께서 별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한동안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변함이 없는데, 결혼식보다 장례식 참석이 내게는 더 소중하다. 결혼식도 새로운 삶의 시작을 축복하는 자리라 참석은 하지만, 꼭 가야만 한다면 장례식을 택한다.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는 것이 슬픔 속에서도 관계의 진정성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서로를 위로하며 나누는 인간적인 교감은 그 어떤 자리보다 깊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금 깨닫고, 고인의 생애를 통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관 속 체험

한때 관 속 체험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죽음을 직접 체험하며 삶의 유한성을 자각하고, 현재를 더 의미 있게 살아보자는 취지였다. 아직 해보지는 않았지만 한 번쯤은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이라면.

이 질문 하나가 현재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내가 소중히 여겨야 할 사람,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을 돌아보게 해준다.

처음 장례식장에 갔을 때는 인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인터넷에 검색하거나 친구에게 물어보며 배웠다. 영정 앞에 서서 어떻게 고개를 숙여야 할지 몰라 옆 사람을 따라 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과정을 인지하고 있다.


185cm 아버지가 펑펑 운 날

아버지는 무뚝뚝하고 눈물이 없는 분이다. 내가 살아오면서 딱 한 번 펑펑 우시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였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경황도 없었다. 빈소를 준비하고, 조문객을 맞이하고, 접대까지 하면서 내내 무덤덤했던 아버지의 표정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이었다.

염습은 고인을 마지막으로 정성껏 모시는 장례 의식이다. 형과 나도 따라오라는 말에 들어가서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보았다.

수의를 입히는 과정이 있다. 흰 수의를 조심스럽게 펼치고, 고인에 대한 예의를 최대한 지키며 입혀드렸다. 다 입힌 후에는 깨끗한 천으로 감쌌다. 고인을 따뜻하게 모시는 의미다. 그 과정이 조용하고 느리게 이어졌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준비된 관에 할머니를 안치하는 순간,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셨다.

그렇게 단단하고 무뚝뚝하고 무덤덤하셨던 아버지가 한순간에 무너지셨다. 185cm의 큰 키에 늘 단단했던 분이 그렇게 펑펑 우셨다. 그 모습이 너무 낯설어서 나도 멍하니 서있었다.

아버지는 첫째 아들이다. 그만큼 할머니는 아버지를 많이 좋아하셨다. 우리가 이사 오기 전까지만 해도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그 장면이 지금도 생생하다.


효도는 매일의 소소한 관심이다

효도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다. 매일의 소소한 관심과 정성으로 이루어진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에게 자주 해야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아들로서 딸로서 부모님께 자주 해야 하는 말이기도 하다.

부모님이 가장 행복하실 때는 자녀가 건강하고 잘 지내는 모습을 볼 때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부모님은 생각하고 계실 것이다.

우리 아들, 딸은 오늘 뭐 하고 있지.

지금의 부모님에게 하루하루는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