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 8시에 출발한 이유
설날을 앞두고 저녁 8시에 광주를 출발했다.
명절 전날 낮에 움직이면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된다는 걸 이미 안다. 저녁 늦게 출발하니 차가 그렇게 밀리지 않았다. 어둠 속 고속도로를 달리며 창밖으로 가로등 불빛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걸 보면서, 부산에 가고 있다는 실감이 슬슬 올라왔다.
집에 도착하니 부모님께서 대목이라 시장에 사람이 너무 많다고 하셨다.
250년 된 구포시장과 호떡 한 장
저희 부모님 가게 옆에는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시장이 있다.
구포시장.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약 250년 역사의 시장이다. 5일장 기간에는 사람들이 더욱 몰려 골목이 꽉 찰 정도다. 구포장은 끝자리 3과 8 날짜에 맞춰 장이 열린다.
부모님 가게를 방문할 때마다 꼭 들르는 곳이 있다. 호떡집이다.
줄이 길다. 그래도 선다. 갓 구운 호떡을 받아들면 비닐 봉지 위로 뜨거운 김이 올라오고, 꽉 쥐면 반죽이 살짝 눌리면서 안에서 달콤한 흑설탕 시럽이 흘러내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한 입 베어 물면 겉은 노릇하고 바삭한데 속은 달콤하고 뜨겁다. 이게 진짜 호떡 맛이다.
솔직히 말하면 씨앗호떡보다 100배 맛있다고 생각한다. 개인 차이겠지만.
부산에 오면 해운대, 광안리만 가지 말고 구포시장 같은 전통 시장에 한번 들러보시길 권한다. 시간도 아끼고, 진짜 부산 맛이 거기에 있다.
영도 — 예전의 영도가 아니다
부산에 올 때마다 자주 가는 곳이 영도다.
영도는 많이 바뀌었다. 예전의 낡고 오래된 이미지가 아니다. 국립해양박물관 안 카페에 앉으면 통유리 너머로 바다가 펼쳐진다. 파란 물빛과 오가는 배들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는 그 느낌은 직접 가봐야 안다.
와이프랑 데이트 초반에 자주 갔던 목장원은 야외 테라스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다. 파도 소리가 들릴 만큼 가깝다. 바람이 약간 차지만 그 분위기가 좋아서 웬만한 제주도 카페 부럽지 않다.
최근에 다녀온 곳들을 정리하면 이렇다. 국립해양박물관, 피아크, 삼진어묵체험관, 목장원. 커피 좋아하는 분이라면 모모스 로스터리나 미피 카페 부산도 있다. 아르떼뮤지엄은 종종 추천하기는 하는데 입장료가 비싸다.
영도를 즐기다가 중앙동, 남포동, 광복동, 보수동, 부평동 쪽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걷는 것도 좋다. 나는 중앙동에서 남포동까지 걷는 이 길을 좋아한다.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새로운 카페와 가게들이 들어서 있고, 부산이 가진 겹겹의 시간이 느껴지는 길이다.
이기대 — 파도 소리가 힐링이다
부산에서 산책하기 가장 좋은 곳이 어디냐고 물으면 망설임 없이 이기대 공원이라고 말한다.
남구 용호동에 위치한 해안 공원이다. 가끔씩 제주도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관이 뛰어나다.
이기대(二妓臺)라는 이름은 두 명의 기생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조선 시대 왜구가 부산으로 침입했을 때 두 명의 기생이 왜군을 끌어들이고 함께 바다에 뛰어들어 희생했다는 것이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해안 절벽 아래로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발밑으로는 파도가 바위에 부서지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린다. 짠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면 그제야 여기가 부산이구나 하는 실감이 몸으로 온다.
부산 여행에서 이기대 산책과 트레킹을 빠뜨렸다면 아직 부산을 제대로 즐기지 않은 것이다.
전통 시장이 먼저다
주말이나 휴일에 갈 곳을 찾을 때, 지역 축제나 신상 카페보다 주변 전통 시장을 먼저 검색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구포시장,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부평 깡통시장, 부산진시장, 해운대 전통시장, 기장시장. 부산에만 이렇게 많다.
그 안에 들어서는 순간 검색으로는 찾을 수 없는 것들이 보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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