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이브하다가 발견한 서원
매년 봄이 오면 와이프, 아이와 함께 꼭 가는 곳이 있다.
필암서원. 전라남도 장성군 황룡면에 위치한 곳이다.
처음에 알고 간 장소가 아니었다. 장성을 드라이브하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왔다. 나무 사이로 낡은 담장과 기와 지붕이 보였다.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갔다.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도, 낳고 난 후에도 주말 산책으로 줄곧 이용해온 곳이다. 광주에서 거리상 가깝고 유모차를 이용하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조용하고 산책하기 좋다.
2019년 한국의 서원 중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고 나서 관광버스가 보이기 시작했다.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가 그전부터 다녔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흥선대원군도 손대지 못한 서원
필암서원은 1590년(선조 23년) 하서 김인후의 학문적 덕행을 기리기 위해 설립됐다. 1662년(현종 3년) 국가로부터 사액을 받아 필암서원이라는 현판이 내려졌다.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1868년)으로 전국의 수백 개 서원이 철거됐지만, 필암서원은 학문적·역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보존됐다. 그 점이 더욱 특별하다.
내부로 들어가면 안내 가이드 아저씨 한 분이 계신다. 정말 재밌는 분이다. 딱딱한 역사 설명이 아니라 이야기처럼 풀어주신다. 아이에게도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유튜브에 영상도 찍어주셨다.
강당, 사당, 동재와 서재, 내삼문을 둘러보면 봄에 피는 꽃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이른 봄에 오면 담장 밑으로 연한 초록빛이 올라오고, 먼 산과 기와 지붕이 겹쳐지는 풍경이 사진으로 담기에 딱이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경북 안동의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경주의 옥산서원, 영주의 소수서원도 가보고 싶다.
선의 구름이 피어나는 사찰, 선운사
두 번째로 자주 가는 곳은 선운사다.
전라북도 고창군에 위치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선운이라는 이름은 선의 구름이 피어나는 사찰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선운사의 가장 큰 매력은 선운산 도립공원 안에 위치해 사찰로 이어지는 숲길과 계곡이다. 입구에서 사찰까지 걷는 길이 완만한 평지라 유모차를 끌고 갈 수 있을 만큼 아이와 함께 걷기에도 좋다.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곳이다.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동백이 피고, 여름에는 계곡 소리가 귀를 채운다.
대웅전, 도솔암, 동백나무 숲, 석탑과 석불. 어느 계절에 가도 각자의 아름다움이 있다.
한 스님과 여인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그 신비한 매력과 마음의 평화를 원한다면 틀림없이 좋은 여행지다.
추위가 지나가면 다시 가야겠다
꽃 피는 봄이 오면 제일 먼저 가고 싶은 곳이 필암서원과 선운사다.
이런 곳을 걸으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쉬는 것은 일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긴 주말과 긴 휴가를 따로 떼어 두고 충분히 쉬어야 한다. 그래야 에너지를 회복하고 더 여유롭고 생산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가치 있는 삶을 측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확실한 건 그 삶에 후회가 얼마나 있느냐다.
이제 추위가 지나가면 다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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