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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기

[투자일기] 아이를 재우고 나서야 시작되는 시간 — 폭싹 속았수다

by 우노디야(백운호) 2025.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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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밤, 우리만의 시간

주말 밤, 아이를 재우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만의 시간이 생긴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뭘 볼까 고르다가, 와이프가 요즘 화제라는 드라마를 틀었다. 제목은 폭싹 속았수다.

처음엔 그냥 연애 드라마인 줄 알았다. 별 기대 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중반쯤 지났을까. 옆에 앉은 와이프가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요근래 보기 힘든 와이프의 눈물이었다.


와이프가 울었다

"오빠도 저럴 것 같아."

와이프가 작게 말했다. 다리를 한 번씩 저는 것도 그렇고, 성실함도 그렇고. 드라마 속 인물이 오빠 생각을 나게 했다고 했다. 부모님 생각도 많이 난다고 했다.

나는 큰 사고로 인해 달리기를 못한다. 한 번씩 다리가 아파서 절뚝이는 날도 있다. 와이프는 그 모습이 드라마 속 인물과 겹쳐 보였던 모양이다.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딸아이한테 더 잘해야겠다."

그 말은 나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셋째 아들 동명이 — 그 장면에서 나도 눈물이 많이 났다. 처음엔 연애 드라마인 줄 알고 외면했는데, 어느새 인생 드라마가 되어 있었다. 아프면서도 깨달음을 주는 그런 드라마.


나의 인생 드라마 세 편

TV를 그렇게 즐겨 보지 않는 나에게도, 기억에 남는 드라마가 몇 편 있다.

목욕탕집 남자들 (1995) — 드라마가 떠오른다기보다, 그 시절 함께했던 기억이 떠오르는 드라마다. 누나, 형, 부모님 다 모여 소파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웃고 떠들던 그 시절이 그리운 건지도 모르겠다.

미생 (2014) — 여러 직장을 다니며 크고 작은 아픔을 겪었던 내 상황과 많이 겹쳐 보였다. 화려하지 않지만 묵묵히 버텨내는 그 모습이, 그 시절 나와 닮아 있었다.

시그널 (2016) —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 새로운 긴장감을 준 드라마였다. 무엇보다 OST의 힘이 컸다. 지금도 가끔 그 음악을 들으면 그때의 감각이 되살아난다.

그리고 이제, 네 번째 인생 드라마로 폭싹 속았수다가 자리를 잡았다.


부모님이 떠올랐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드라마를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부모님이었다.

3남매를 키우시느라 쉬지 않고 일만 하셨던 부모님. 이제는 좀 쉬셔도 될 텐데, 손녀 용돈을 챙겨주시겠다며 또 일을 나가시는 부모님. 가족여행 한 번 같이 가자고 해도 다리가 아프다며 손사래를 치시는 부모님.

드라마 속 장면들이 자꾸 부모님 모습과 겹쳐졌다.

과연 나도 아버지, 어머니처럼 될 수 있을까.

넘지 못할 산 같은 존재.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언제나 받쳐주는 존재. 거기까지는 못 가더라도,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아버지와 어머니가 내게 가르쳐주신 것처럼, 나 또한 와이프와 딸아이를 위해서라면 끝까지 희생할 수 있을 것 같다.

더 잘살아야겠다. 더 잘살아야겠다.

오늘 하루도, 내일 하루도,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

나는 한 가정의 가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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