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명씩 퇴사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회의실 불이 꺼진 복도를 걷다 보면, 어느 날부터 낯익은 자리가 비어 있다.
짐을 싸는 선배의 등을 보면서 별 말 못 하고 커피 한 잔 건네는 게 전부였다. 떠나는 사람도, 남는 사람도 서로 뭔가 모를 공기를 느끼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뒷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생각한다. 나는 저때가 되면 뭘 하고 있을까.
평범한 40대가 다 하는 고민
창업 아니면 이직. 퇴사한 선배들이 선택하는 길은 대부분 이 두 가지다.
앞으로 4~5년 뒤, 이 회사에서 미래를 보장받기 어렵다는 걸 나도 잘 안다. 안다고 해서 준비가 돼 있는 건 아니다. 그게 더 무서운 부분이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후배가 던진 질문 하나
어느 날 차 안에서 후배가 물었다.
"형은 나가면 뭐 할 거예요?"
차창으로 지나가는 가로수를 보면서 잠깐 침묵했다. 무언가 그럴듯한 답을 내놓고 싶었지만, 솔직하게 말했다.
"나도 너처럼 늘 고민하고 있어. 근데 고민만 하면 안 된다는 건 알거든. 그래서 하루하루 내 삶에 변화를 주고 있어."
지금 아무 변화도 없이 "나가면 뭐 하지"를 고민하는 건 사실 모순이다. 고민의 무게만 쌓이고, 정작 시간은 흘러가버린다.
그래서 후배한테 이렇게 말했다.
"정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올해는 딱 하나만 해봐. 책만 읽어. 10권이든 30권이든. 그게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으니까."
거창한 계획이 필요한 게 아니다. 작은 습관 하나가 1년 뒤에 전혀 다른 사람을 만들어 놓는다.
시한부 5년처럼 살기
나는 요즘 이 생각으로 산다.
플랜 A — 시한부 5년. 플랜 B — 시한부 4년. 플랜 C — 시한부 3년.
회사 생활에 남은 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가정하고, 거꾸로 오늘을 산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늘 하루가 전혀 다르게 보인다.
회사에 충성하는 건 좋다. 열정을 쏟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모든 영혼을 회사에 바치는 건 다른 이야기다. 평생 함께할 건 결국 가족이다. 딸 얼굴 보면서 다시 마음을 잡는 이유가 거기 있다.
"나가서 뭘 할지"보다 먼저인 것
"나가서 뭘 할지" 라는 질문보다 먼저 해야 할 질문이 있다.
"지금 내가 뭘 하고 있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결국 나가서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 미래의 나는 오늘의 내가 만드는 거니까.
시한부처럼 오늘을 사는 것. 그게 나한테는 가장 현실적인 대비다.
오늘이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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