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투자일기64

[투자일기] 선장은 포인트를 찾아도 떠난다 — 절실함은 집착이 아니다 낚시를 하러 가면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곳을 포인트라고 한다.지형, 수심, 수온, 먹잇감의 유무. 다양한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그 지점을 찾으려면 물고기의 습성과 환경을 이해해야 한다.그런데 낚싯배를 모는 선장은 포인트를 찾아도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최고의 어획량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엔진을 다시 켜고 또 다른 장소로 배를 민다. 파도 소리를 가르며 배가 움직이는 그 순간에도 선장의 눈은 이미 다음 포인트를 향하고 있다."여기서 물고기가 잡히지 않으니, 난 끝까지 여기서 잡아 보겠다!"이런 마인드는 선장에게 없다. 절실함은 집착이 아니기 때문이다.문어가 그물에서 나오지 못하는 이유문어는 바다의 아인슈타인이라 불린다. 지능이 높고, 환경 적응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생물이다.그.. 2024. 12. 15.
[투자일기] 처음엔 선만 긋는다 — 데생이 투자에게 가르쳐 준 것 미술학원 첫날, 선생님은 연필을 쥐어주고 하얀 종이 앞에 앉혔다.그리고 말했다. 선을 그어라.직선, 사선, 동그라미. 힘을 빼고, 힘을 주고, 가늘게, 굵게. 종이 위에 연필이 스치는 소리가 교실을 가득 채웠다. 한 시간이 지나도, 두 시간이 지나도 선이었다. 지겨울 정도로 반복했다.마음속으로 투덜댔다. 시간도 없는데 왜 선만 긋는 거지.그런데 그 선의 정확도와 강약 조절이 어느 수준에 올라야 비로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구, 원기둥, 입방체. 다양한 각도에서 형태를 그리고, 광원의 위치에 따라 명암을 달리 표현하는 훈련이 이어졌다.기초 없이 바로 데생을 그리면 어떻게 되는지 나는 안다. 겉모습은 있지만 설득력이 없는 그림이 된다.데생의 평가 요소 4가지미대 실기시험의 주요 평가 기준은 네 가.. 2024. 12. 14.
[투자일기] 10원 동전 하나의 이야기 — 출근길에 줍는 이유 10원 동전은 구리와 아연의 합금으로 만들어진다. 지름 18mm, 무게 1.22g. 앞면에는 경주 불국사의 다보탑이 새겨져 있다. 1966년 처음 발행됐고, 지금은 유통량이 아주 적다.희귀 동전 중에는 1966년산이 30만 원, 1970년산이 15만 원에 거래된 사례도 있다. 물론 이 이야기의 핵심은 경매가 아니다.출근길에 떨어진 10원 동전어느 날 출근길, 길바닥에 10원 동전이 떨어져 있었다.순간 고민했다. 주인이 있을까. 왜 아무도 가져가지 않을까. 5초 동안 생각하고 주머니에 넣었다.나는 길바닥에 있는 동전이라면 무조건 줍는다.돈을 좋아한다. 아내에게도 말한다. 책상에 아무렇지 않게 놓인 돈이 있으면 지갑에 넣어서 고이 모시라고. 그만큼 존중한다.어머니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돈은 쫓아가면 .. 2024. 12. 12.
[투자일기] 오래된 책들이 말을 걸어왔다 — 직장인 아빠의 첫 주식 투자 이야기 오래된 책들이 말을 걸어왔다 — 내가 처음 투자를 시작한 날책장을 정리하다가 멈췄다.대학교 때 읽었던 책들이 거기 있었다. 먼지가 살짝 앉아있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오래된 종이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활자가 바랬고, 밑줄이 쳐진 문장들은 어딘가 낯설면서도 낯익었다.워런 버핏. 피터 린치. 10억 만들기.이 책들이 책장에 꽂혀 있다는 걸 보면, 나는 꽤 오래전부터 이 길 위에 있었던 것 같다.처음 투자를 접한 날20대 중후반, 건설 현장 출장이 잦던 시절이었다.현장 일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는 형이 불쑥 물었다."너 주식할 줄 아니?"내 대답은 이랬다."그게 뭔데요? 아, 자살하는 거 아니에요? TV에서 많이 본 것 같은데…"형은 소리를 내어 웃었다.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다."아니, 자.. 2024. 1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