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결혼하면서 하와이 신혼여행을 계획했다.
항공권도 예약했고, 호텔도 잡았고, 7일 일정도 짜놨다. 그런데 코로나가 모든 걸 뒤집었다. 어쩔 수 없이 취소했다. 호텔과 항공권 위약금을 내고 제주도로 갔다. 그해 신혼여행 사진에는 제주도 돌담이 찍혀있다.
그리고 1년 뒤 2022년, 철저히 준비해서 하와이로 향했다. 성격상 계획 없이는 여행을 가지 않는다. 꼼꼼하게 체크해서 다녀온 7일간의 기록이다.
첫째 날 — 도착, 와이키키 그리고 루스크리스
하와이안 항공으로 출발해 쉐라톤 와이키키에 체크인했다.
짐을 내려두고 처음 나선 곳이 딘 앤 델루카였다. 하와이에서 처음 마신 코나 커피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향이 진하게 올라오는데 쓴맛이 거의 없었다. 창밖으로 야자수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그 커피를 마시는 순간, 드디어 왔구나 싶었다.
저녁은 루스크리스 스테이크. 가격 대비 만족도는 기대보다 낮았다. 양이 너무 많아 느끼했다. 유명하다고 해서 꼭 가야 할 필요는 없다.
둘째 날 — 와이키키 해변
와이키키 해변에서 종일 놀았다.
물이 얕고 파도가 부드럽게 밀려온다. 햇살 아래 물빛이 에메랄드와 파랑 사이 어딘가다. 튜브를 타고 파도에 몸을 맡기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 튜브는 필수다.
셋째 날 — 스냅 사진
여행 중 삼각대 없이 두 사람이 함께 사진을 남기기 어렵다.
스냅 사진을 찍으러 가면 하와이 외곽도 함께 여행하게 된다. 사진 작가분이 여행 가이드처럼 꼼꼼하게 장소를 안내해주신다. 나중에 받아 든 사진들을 보면서 우리가 이런 곳도 갔었나 싶었다. 꼭 추천한다.
넷째 날 — 렌터카, 돌 플랜테이션, 스노클링
버젯 렌터카를 빌려 와이켈레 아웃렛, 돌 플랜테이션을 거쳐 푸푸케아 비치파크에서 스노클링을 했다.
물속에 얼굴을 처음 담갔을 때, 산호 사이로 열대어들이 가득했다. 수면 위에서는 평범한 바다인데 물속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하나우마베이는 현지 예약이 오전 7시에 오픈되는 즉시 마감됐다. 대신 푸푸케아 비치파크로 정한 게 오히려 좋았다.
다섯째 날 — 쿠알로아 랜치 ⭐
하와이 자연의 하이라이트다.
예약은 필수이고 랩터 ATV를 강력히 추천한다. 조작도 어렵지 않다. 비포장 흙길을 올라가며 양쪽으로 펼쳐지는 산과 바다를 보면, 쥬라기 공원 촬영지가 왜 여기인지 알 것 같다. 바람 냄새가 달랐다.
바다는 와이키키 해변, 자연은 쿠알로아 랜치. 이 두 곳이면 하와이 여행의 반은 완성이다.
여섯째 날 — 푹연 (강력 추천 맛집)
중식이라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갑각류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최애 맛집이었다.
랍스터와 새우볶음밥. 랍스터를 반으로 쪼개 볶은 뒤 새우볶음밥 위에 올려 내오는데, 기름기 없이 깔끔하면서 해산물 향이 진하게 올라왔다.
개인 맛집 순위: 푹연 > 포케바 > 치즈케이크팩토리
마지막 날 — 귀국 버스 예약 팁
귀국 버스는 무조건 2개를 예약해두는 것을 추천한다.
수화물 대기 시간에 따라 타이밍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취소는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예약은 늘 매진이다.
우리는 왜 쉬어야 하는가
핸드폰을 내려놓고, 일을 놓아두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이런 순간을 모르고 지냈을까.
파도 소리가 계속해서 들어오고, 바람이 소금 냄새를 실어오고, 발밑에 모래가 밟히는 그 순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이렇게 좋다는 걸 몰랐다.
휴식은 게으름도 멈춤도 아니다. 휴식을 모르는 사람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다. 돈이 없어서, 여유가 없어서. 그런저런 핑계에 가두지 말고 지금 떠나라고 말하고 싶다.
언젠가 딸아이와 함께 하와이에 다시 가는 상상을 하면서, 오늘도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여행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든다. 세상이 얼마나 작은지를,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큰 공간에 살고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 — 구스타프 플로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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