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이럭스 장난감 경매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롯데 아울렛을 방문했다.
토이럭스 장난감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문구가 있었다.
"오후 3시부터 장난감 경매, 누구나 참여 가능."
시계를 봤다. 2시 40분이었다. 와이프에게 아이를 잠깐 맡기고 경매존으로 들어갔다. 사고 싶은 장난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처음 하는 경매라 낯설었다. 경매 구역 안에 의자들이 놓여 있고, 앞쪽에는 진열된 상품들이 보였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아이에게 무엇이라도 사주고 싶은 마음으로 빈자리에 앉았다.
경매를 지켜보며 배운 것
상품이 10가지 정도였다. 첫 경매 상품은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 팔짱을 끼고 지켜봤다.
첫 경매가 가장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아직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서,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결과론적으로 그분이 가장 저렴하게 구매했다. 맞는 판단이었다.
건담이 나왔다. 원가 99,000원짜리였다. 두 사람이 경쟁을 시작했다. 천 원, 천 원씩 오르다가 어느 순간부터 눈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93,000원까지 올라갔고, 결국 가위바위보로 마무리됐다.
진 분이 욕을 조금 하셨다. 그 가격에 사셨으면 더 아쉬우셨을 텐데, 오히려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가와 거의 차이가 없는 가격이었으니까.
내 차례가 왔다
드디어 내가 원하는 장난감이 나왔다.
경매 시작가 25,000원, 원가 84,000원. 이날 6만 원 이상 구매 시 상품권 1만 원을 주는 행사였다. 손바닥에 마지노선을 적어뒀다. 70,000원.
경매를 지켜보면서 패턴을 파악했다. 천 원 단위로 조금씩 올리면 경쟁심리가 자극되어 계속 올라가는 구조였다. 그 심리에 말려들면 안 됐다.
나는 시작부터 50,000원을 불렀다.
사회자가 잠깐 눈을 깜빡했다. 시작가의 두 배였다. 경쟁자가 51,000원을 불렀다. 천 원 단위로 맞붙는 걸 원하지 않았다. 56,000원. 5,000원 단위로 올렸다. 경쟁자가 잠시 망설이더니 결국 포기했다.
원하는 가격대에서 장난감을 구매했다.
환하게 웃는 아이
경매존을 나오면서 장난감 봉투를 들었다. 와이프와 아이가 기다리고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아이에게 봉투를 내밀었다. 아이가 안을 들여다보더니 눈이 커졌다. 입이 귀에 걸렸다. 그 웃음을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첫 경매를 이렇게 빨리 끝냈지만, 시간을 끌면 건담 경매처럼 심리전이 됐을 것 같았다. 최대한 빠르게 압도하는 게 주효했다.
장난감 경매에서 배운 투자 교훈
사전 준비. 최대 금액과 조건을 명확히 설정한다. 비슷한 품목의 시세와 인터넷 최저가를 확인한다. 충동적으로 높은 금액을 제시하지 않는다.
전략 수립. 경쟁자들의 입찰 스타일을 관찰한다. 강력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경쟁자를 주저하게 만든다. 흐름을 파악하며 타이밍을 잡는다.
경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 통제였다. 건담 경매에서 두 사람이 경쟁심리에 휩쓸려 원가에 가깝게 사게 된 것처럼, 감정이 앞서면 판단이 흐려진다.
경매도 투자의 일부다. 살아가면서 언제든 다시 마주칠 수 있는 경험이었다.
아이의 환한 웃음과 함께, 작은 투자 공부를 하나 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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