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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육아일기] 딸아이 수술 2주 병원 일기 — 방광요관역류, 태아보험 덕분에 버텼다

by 우노디야(백운호) 2025.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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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수술 2주 병원 일기 — 아빠도 무너질 것 같았다

아이가 열이 나면 다들 그냥 감기겠거니 한다. 나도 그랬다. 해열제 먹이고, 수분 챙겨주고, 이틀쯤 지나면 씩씩하게 어린이집 가겠지 — 그 생각이 틀렸다.

열이 계속 재발했다. 몇 주에 한 번씩 발그레 달아오르는 딸 볼을 보며, 아내와 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단순 감기가 아니었다

소아과에서 소변 검사를 권유했다. 그리고 며칠 뒤, 의사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꺼낸 말 한마디.

"방광요관역류입니다. 선천성이에요."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아내는 그 자리에서 눈이 빨개졌고, 나는 괜히 헛기침을 했다. 진료실 특유의 소독약 냄새와 형광등 불빛 아래서, 우리 부부는 잠시 말을 잃었다.


방광요관역류란 무엇인가?

열이 자주 나는 아이라면, 한 번쯤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방광요관역류(Vesicoureteral Reflux, VUR) 는 소변이 신장 쪽으로 역류하는 선천성 질환이다. 요관과 방광 사이의 밸브 기능이 미성숙하거나 이상이 있을 때 발생하며, 소아에게서 비교적 흔하게 발견된다.

문제는 증상이 애매하다는 것이다. 반복적인 열, 이것 하나가 주요 단서다. 아이가 감기 없이도 열을 자주 반복한다면, 단순한 면역력 문제로 넘기지 말고 소변 검사와 함께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길 권한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여러 검사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세 가지다.

  • 배뇨 중 방광요도조영술(VCUG) — 역류 여부와 등급 확인
  • 신장 초음파 — 구조적 이상 확인
  • 핵의학 DMSA 스캔 — 신장 기능·손상 여부 확인

검사 방법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가까운 어린이병원에 문의하면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너무 겁먹지 않아도 된다.


수술 방법 선택 — 세 가지 선택지

의료진이 제시한 선택지는 세 가지였다.

방법특징
ⓐ 복강경 수술 재발률 가장 낮음, 전신마취 필요
ⓑ 내시경 시술 비교적 간단, 재발 가능성 존재
ⓒ 항생제 약물 치료 수술 없이 지켜보는 방식, 시간이 걸림

우리는 ⓐ 복강경 수술을 선택했다. 재발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고 싶었다. 아이에게 두 번 다시 같은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았다.


2주간의 병원 생활

수술 날 아침, 딸아이는 배가 고프다고 칭얼댔다. 금식을 시켜야 하는 엄마 아빠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 수술실 문 앞에서 보호자 입장이 제한됐을 때, 간호사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나는 그냥... 딴 데를 봤다.

수술은 두 시간 남짓. 그 두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배에 작은 구멍 세 개가 생겼다. 복강경 수술 특유의 흉터다. 회복실에서 깨어난 딸은 "배 아파" 하고 작게 중얼거리다가 다시 잠들었다. 그 목소리가 아직도 귓속에 남아 있다.

이후 2주 동안은 연차를 모두 쏟았다. 회사 생활 내내 이렇게 긴 시간을 아이 곁에 붙어 있었던 적이 있었나 싶었다. 병원 복도 냄새, 새벽 두 시에 링거 바꾸는 소리, 딸의 체온을 재고 또 재던 기억. 잠은 병실 보호자 침대에서 쪽잠으로 버텼다.


태아보험이 없었다면

총 병원비(수술비 포함)는 약 250만 원.

다행히 태어나자마자 가입해뒀던 태아보험이 있었다. 선천성 방광요관역류 항목 정액비용 300만 원 + 입원비 추가. 오히려 조금 더 받았다.

만약 태아보험이 없었다면? 250만 원이 그냥 지출됐을 것이다. 직장인 월급쟁이한테 250만 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태아보험은 태어나기 전부터, 늦어도 임신 중에 가입해야 선천성 질환 항목이 적용된다. 이미 태어난 후에 가입하면 선천성 질환은 보장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태아보험 가입 여부를 한 번은 꼭 확인해보길 바란다.


일상으로 돌아오며

딸은 부산에서 회복한 뒤 광주 어린이집으로 복귀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앞에서 처음엔 낯을 가리다가, 금세 뛰어다니는 걸 보고 비로소 안도했다.

밤마다 배에 마데카솔 발라주는 게 요즘 일과다. 작은 흉터 세 개. 언젠가 없어지겠지만, 없어져도 나는 기억할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면서 놓쳐선 안 되는 게 있다. 무심코 지나가는 반복되는 열. 그냥 약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기엔, 아이 몸이 보내는 신호는 생각보다 정직하다.

가족 중 누군가 아프면, 정말로 모든 것이 멈춘다. 건강이 가장 소중하다. 그걸 이번에 온몸으로 다시 배웠다.


수술 후 5~6개월 뒤 신장 기능 최종 검사가 남아 있다. 그 결과까지 이상 없이 마무리되길 바란다. 결과 나오면 또 기록해 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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