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직장인아빠3

[일상일기] 4시에 일어난다, 알람도 아니다 — 직장인 아빠의 새벽 3시간 루틴 4시에 일어난다, 알람도 아니다눈이 뜨인다.핸드폰을 확인하지 않아도 안다. 4시다. 창밖은 아직 까맣고, 집 안은 조용하다. 딸아이도 자고 있고, 아내도 자고 있다. 이 고요함이 나만의 것이 되는 시간. 알람이 울려서 일어나는 게 아니다. 몸이 먼저 안다. 습관이 됐다.이불을 걷고 나온다. 불은 켜지 않는다. 소파에 앉아 수첩을 꺼낸다.그리고 적기 시작한다.10억부자(기상4시). 10억부자(독서). 10억부자(글쓰기). 10억부자(건강). 10억부자(투자). 10억부자(일어).매일 같은 걸 적는다. 어리석어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손으로 적는 순간 뭔가 달라진다. 그냥 생각으로만 있을 때와, 손으로 눌러 쓴 글자로 남겨질 때는 다르다. 작은 의식처럼, 오늘도 이걸 향해 가겠다는 확인 같은 것이다.수첩을 .. 2026. 4. 7.
[일상일기] "가져가라" 한마디 — 컴퓨터를 제일 사랑하는 형이 내어준 것 형아, 미안한데 컴퓨터 하나만새벽 4시, 불을 켜지 않은 거실이다.모니터 불빛만 하얗게 켜져 있고,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조용한 집 안에 울린다. 딸아이는 방에서 자고 있고, 아내도 잠들었다. 이 시간이 온전히 나만의 것이다.작업을 하다가 문득 손이 멈췄다. 이 컴퓨터.형 거다.형아, 미안한데 컴퓨터 하나만 알아봐줄 수 있어?시작은 그 한마디였다.컴퓨터가 필요해서 형한테 말을 꺼냈다. 그냥 가격대가 어느 정도인지, 뭘 사면 좋은지 알아봐 달라는 거였다. 그런데 형이 내어준 건 정보가 아니었다. 형 본인의 컴퓨터였다."나는 노트북 쓰면 되니까. 가져가라."딱 그게 전부였다. 더 설명도 없었고, 아쉬운 내색도 없었다. 형은 원래 그렇다.우리 집에서 형은 컴퓨터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다. 조립부터 프로그램까.. 2026. 4. 2.
[일상일기] 부산에서 오신 날 — 홍어냄새 나는 봉투와 4살의 한마디 오전 10시였다.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냄새부터 왔다.김치, 멸치, 그리고 뭔지 모를 부산 냄새. 어머니가 밤을 새워 싸오셨다는 음식들이 크고 작은 봉지에 가득했다. 이사한 집도 보실 겸, 며칠 뒤 아이 생일도 있고, 겸사겸사 아침 일찍 출발하셨다고 했다.집을 한 바퀴 둘러보시더니 아버지가 한마디 하셨다."그래도 와보니 괜찮네."내심 안 좋은 집은 아닐까 걱정하셨던 것 같다. 그 말 한마디에 괜히 마음이 놓였다."마음 좀 추스렸니?"잠깐의 침묵 뒤에 어머니가 물으셨다. 과장 진급에서 탈락한 게 벌써 몇 달 전인데, 아직도 걱정이 되셨나 보다.나는 괜찮다고, 벌써 잊은 지 오래됐다고 했다. 마음은 아직 그렇지 않으면서.부산 사람 특유의 무뚝뚝함을 나도 고스란히 물려받아서, 이런 순간에 뭔가 더 말하고 싶어도.. 2026.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