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낚싯대만 보다 집에 돌아오던 날들
낚시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어릴 때, 아버지와 가끔 낚시를 하러 가면 형과 나는 낚싯대만 보고 온종일 멍하니 서 있었다. 물고기는 잡히지 않고 낚싯대만 바라보다 집에 돌아오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아버지는 우리랑 같이 가면 뭐가 그리 좋은지, 항상 웃으면서 주말마다 낚시 장소를 찾아다니셨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버지는 재밌어하시고, 우리는 늘 심심했다. 현명하신 어머니는 집에 계셨다.
아버지가 가르쳐주신 세 가지
매번 물고기가 잡히지 않자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첫째, 포인트 선정이 낚시 성공의 절반이다.
아무 곳이나 낚싯대를 던지는 게 아니라고 하셨다. 수심 변화가 있는 곳, 구조물이 있는 곳, 먹이 활동이 활발한 곳. 사전에 잘 파악하고 낚싯대를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둘째, 기술보다 인내심이 먼저다.
릴링, 입질 감지 같은 기술적인 것보다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셨다. 너희들은 어려서 인내심만 있으면 된다고도 하셨다.
셋째, 나머지는 환경이다.
기후와 시간, 미끼 선택, 장비 선택. 환경적인 건 아버지가 다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다.
사회생활에서 다시 만난 아버지의 말씀
언제부터인가, 그때 그 시절 아버지의 말씀이 사회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걸 알게 됐다.
아무도 없는 잔잔한 포인트 속에서, 나만의 강점인 인내심만 갖추니 조금씩 작은 물고기가 잡히기 시작했다.
때로는 주변의 큰 물고기가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내 것이 아니다. 그 물고기가 잡혔어도 아직 나의 낚싯대는 그것을 감당할 수준이 안 된다. 그러니 놓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의 낚싯대도 튼튼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운도 따를 것이라고 믿고 있다.
조바심이 난다고 여기저기 낚싯대를 던지는 우를 범하지만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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