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요일 새벽 2시 30분에 눈을 떴다.
거실은 아직 어두웠다. 아내와 딸아이는 자고 있었다. 부산 팀회의가 9시 30분이었다. 버스로 3시간이니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출발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컴퓨터를 켰다. 편의점아빠 일본어 번역 최종 수정. 오타를 잡고, 어색한 문장을 다듬었다. 일본어가 몇 년째 공부한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요즘, 번역 작업도 조금씩 수월해졌다. 수정을 마치고 KDP에 등록했다.
コンビニパパ → KDP 72시간 승인 대기 중.
화면에 그 문구가 떴다. 월요일쯤 승인 소식이 나올 것 같다. 원래 편의점아빠는 일본어 책을 먼저 내려고 만든 책이다. 이유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겠다.
그렇게 터미널로 향했다. 부산 버스 안에서 3시간, 창문에 기댄 채 잠들었다.
딸아이와의 약속이 있었다
회의는 오후 5시에 끝났다.
부산에 왔으니 부모님 얼굴은 봐야겠다 싶어 부산집으로 갔다. 어머니가 저녁을 차려주셨다. 따뜻한 밥이었다. 더 쉬다 가라고 하셨지만 마음이 자꾸 광주로 향했다. 딸아이가 주말에 같이 놀자고 했었다. 그 약속이 머릿속에 있었다.
토요일 아침 9시 버스를 예약했다.
아침밥만 먹고 터미널로 나섰다. 아쉬워하시는 부모님 얼굴을 등에 지고. 주말은 아이를 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서둘러 광주로 갔다.

솜사탕이 행복이었다
광주에 도착하니 12시였다.
딸아이가 달려왔다. "보고 싶었어!" 그 한마디에 새벽부터 이어진 피로가 조금 녹았다. 아내와 함께 간단한 브런치를 먹고 바로 나갔다.
롯데백화점 무지로 갔다. 여름 반팔 셔츠 두 벌이 필요했다. 나는 매년 겨울 한 번, 여름 한 번, 봄·가을 한 번 옷을 산다. 그게 전부다. 옷에 관심이 많지 않다. 한 벌에 29,900원짜리 두 벌, 59,800원. 그걸로 올해 여름은 끝이다.
그런데 카운터에서 이야기를 들었다. 무지 신규 앱 가입하면 솜사탕 증정.
이건 무조건이다.
아이를 위해서 가입했다. 솜사탕을 건네주는 순간, 딸아이 눈이 커졌다. 두 손으로 받아들고 뛸 듯이 기뻐했다. 그게 행복이 아니면 뭔가. 아이의 기쁨 앞에서는 29,900원짜리 셔츠도, 회사 회의도 잠시 뒤로 물러난다.

자전거를 갖다 버리고 싶었다
저녁이 되고 아파트 놀이시설로 나갔다.
딸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했다. 차 트렁크에서 꺼내줬다. 정말 잘 탄다. 예전보다 속도도 빨라졌다. 발을 구를때마다 머리카락이 펄럭였다. 저게 저렇게 컸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때였다.
순간 방심했다. 아이가 넘어졌다. 얼굴에 찰과상이 났다. 피가 났다.
가슴이 철렁거렸다.
아이는 엄청 울었다. 나와 아내는 정신이 없었다. 아이를 안고 서둘러 집으로 올라갔다. 아내가 아이를 달래는 동안 나는 약국으로 뛰어갔다. 용고와 밴드를 샀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이 얼굴에 상처가 많이 났다.
자전거를 갖다 버리고 싶었다. 그 마음이 입 밖으로 나왔다. "아빠가 저거 버려야겠다."
딸아이가 울먹이면서 말했다.
"아니야. 자전거 용서해줘."
할 말이 없었다.
지금 아이는 밥을 먹고 잠들었다. 얼굴에는 밴드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자는 모습을 내내 보고 있는데도, 그 몇 분 몇 초를 놓쳤다는 게 자꾸 마음에 걸린다.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