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4시, 거실 소파에 불도 켜지 않고 앉는다.
커피 한 잔, 스마트폰 하나. 그게 나의 아침이다. 아이가 깨기 전 이 짧은 시간이 온전히 나만의 것이다. 독서를 좋아하지만 책상 앞에 앉아 종이를 넘기는 시간은 늘 부족하다. 출장이 많고, 차량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사무실에 앉아있는 시간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전 중 오디오북이 나의 독서 루틴을 대신해왔다.
고속도로 위에서, 지방도를 달리면서, 이어폰 없이 차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듣는 것. 그게 내게는 가장 효율적인 독서 방식이었다. 밀리의 서재를 구독한 이유도 그거였다.
번호이동 하나로 끊긴 루틴
최근에 KT에서 LG로 번호이동을 했다.
통신사를 바꾸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밀리의 서재 구독이 자연스럽게 취소됐다는 거였다. 며칠을 고민했다. 현재도 OTT, 음악, 구글 원 등 구독 서비스가 적지 않은 상황이라 추가 구독이 부담스러웠다.
밀리의 서재 월 구독료는 크지 않다. 하지만 하나씩 쌓이면 결국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 된다. 직장인 아빠 입장에서 지출 하나하나가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회로를 찾기 시작했다.
NotebookLM이라는 대안
구글이 만든 NotebookLM을 활용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유튜브 영상의 URL을 NotebookLM에 입력하면 내용을 분석해 오디오 파일로 변환해준다. 두 명의 진행자가 대화하듯 내용을 풀어주는 형식이라, 강의를 듣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귀에 들어온다.
다만 제약이 있다. 하루에 5~6개까지만 생성이 가능하다. 무제한이 아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써야 한다.
내가 찾은 방법은 이렇다. 아침에 10분 정도 짬을 내서, 그날 듣고 싶은 유튜브 영상 URL을 5~6개 넣어두고 오디오로 변환해 저장해둔다. 출퇴근길, 출장길 차에서 차례로 재생하면 된다.
그냥 유튜브로 들으면 되지 않냐고 할 수 있다. 이유가 있다. 운전 중 유튜브를 열어두면 화면이 켜져야 하고, 배터리가 빠르게 닳는다. 데이터도 아깝다. NotebookLM으로 미리 변환해두면 오디오 파일만 재생하면 되니 배터리와 데이터 모두 절약된다. 차량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더할 나위 없이 편하다.
이제 1주일 정도 됐는데, 예상보다 훨씬 좋은 대안이 됐다.
오디오북이 좋은 진짜 이유
오디오북의 장점은 단순히 귀로 듣는다는 것 이상이다.
운전 중에는 눈과 손이 이미 묶여있다. 그 상태에서 귀만이 유일하게 자유롭다. 이 시간에 유튜브 쇼츠나 음악 대신 책 한 권 분량의 내용을 흘려보낼 수 있다면, 이것만큼 효율적인 독서가 없다.
대전에서 광주까지는 약 1시간 20분이다. 한 달에 출장을 왕복 8회 정도 하면 약 21시간이다. 이 시간을 오디오로 채우면 한 달에 책 10권 분량은 거뜬히 들을 수 있다.
물론 종이책으로 읽는 것과 완전히 같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밑줄을 긋거나 여백에 메모하는 재미는 없다. 하지만 바쁜 직장인에게 이 정도면 충분히 가치 있는 루틴이다.
직장인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어차피 나의 시간을 회사가 대부분 쥐고 있다. 그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만의 시간 루틴을 짜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동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 점심 30분을 어디에 쓰느냐, 잠들기 전 10분을 그냥 보내느냐 아니냐. 이 작은 선택들이 결국 1년 후, 5년 후의 나를 조금씩 바꾼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지금의 루틴이 중요하다.
오늘도 NotebookLM 작업을 시작해본다. 오늘 들을 건 투자 관련 영상 두 개, 자기계발 하나, 그리고 마케팅 하나다. 차에 타면 바로 재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