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래도 막상 전화를 받으니, 잠시 말이 없어졌다.
"올해 과장은 어렵겠어."
팀장님은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가셨다. 작년 말, 회사에서 본사로 올라와 리더 역할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나는 거절했다. 그리고 올해, 그 결과가 조용히 돌아온 것이다.
가정을 모두 포기하고, 이제 막 네 살이 된 딸아이와 아내를 두고 혼자 올라갈 수는 없었다. 그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회사란 원래 그런 곳이라는 걸 알면서도, 잠시 많은 기대를 했던 내가 착각을 한 건지도 모른다.
어느덧 15년째 회사를 다니고 있다.
15년차 직장인의 솔직한 고민
시간이 흐를수록 미래가 걱정된다.
나중에 뭘 할까. 나중에 뭘 해야 딸아이와 아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그 고민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한 건 꽤 됐다. 강의를 듣고, 책을 읽고,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삶의 답이 얻어질 때까지, 뭐라도 해야겠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기한을 정했다. 최소 5년. 그 안에 반드시 답을 찾겠다고. 5년이라는 시간은, 솔직히 말하면 내가 회사에서 버틸 수 있는 기간이라는 생각이기도 하다.
인생관리시스템 — 마인드맵으로 관심목록 만들기
막막할 때는 일단 적어보는 게 답이었다.
마인드맵을 펼쳐놓고, 내가 지금 관심 있는 것들, 해야 하는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써 내려갔다.
자기계발 — 독서 연 100권, 운동 목표 체중 75kg, 저녁 11시 취침·아침 5시 기상, 일본어 JLPT 2급, 수영, 인스타·스케치·유튜브.
가족 —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 딸아이와 함께하는 여행.
필살기 — 어떤 분야에서 승부를 걸어야 하는지.
우선순위와 관심목록은 다르다. 우선순위는 지금 당장 해야 하는 것이고, 관심목록은 언젠가 반드시 해야 할 것들의 씨앗이다. 그 씨앗들을 눈에 보이는 곳에 써두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루는 습관, 그 원인을 파악하다
목록을 만들어도 실행이 안 되는 날이 있다.
그 이유를 찾다가 한 가지 개념을 만났다. 저항이다.
저항에는 네 가지 특징이 있다. 저항이 클수록 하기 부담스럽다. 가치 있는 일일수록 저항이 크다. 해야 하는 일을 미룰수록 저항은 더 커진다. 저항은 시작하는 순간 작아진다.
결국 미루는 건 게으름이 아니라, 그 일이 나에게 중요하다는 신호다. 저항이 크다는 건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은 하기 싫을수록 일단 시작하려고 한다. 딱 5분만. 그 5분이 저항을 허무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5년 후의 나에게
진급을 포기한 건 후회하지 않는다.
가족 곁에 있는 것, 딸아이가 자라는 걸 옆에서 보는 것. 그게 내가 선택한 우선순위였다.
대신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회사 밖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나를 만들어야 한다. 5년이라는 시간 안에.
나답게, 내 인생, 내 하루.
오늘도 그 하루를 쌓아간다.
"당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에너지를 쓰지 말고,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 — 에픽테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