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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기

[투자일기] 학사경고에서 과대표 연임까지 — 그 과정이 나를 만들었다

by 우노디야(백운호) 2024.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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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원하던 대학교에서 받은 첫 경고

드디어 원하는 대학교에 입학했다.

합격 통보를 받던 날, 전화기를 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을 때 어머니가 그 자리에서 우셨다. 그동안 고생한 장면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나도 잠을 못 잤다. 설레서, 기뻐서, 뭔가 해냈다는 감각이 온몸에 가득했다.

하지만 막상 대학 생활은 내가 상상하던 모습이 아니었다.

OT, MT, 술자리. 예체능계라서 그런지 친구들은 너무 개방적이었다. 조용한 성격인 나는 그 분위기 속에서 점점 구석으로 밀려났다. 수업보다 아르바이트가 더 편했다. 커피숍, 롯데리아. 새벽까지 일하고 낮에 학교에 나갔지만 강의실 의자에 앉으면 눈이 감겼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학교에서 종이 한 장이 왔다.

학사경고.

손이 떨렸다. 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종이를 바로 찢었다. 부모님께 알리지 않았다. 우편물을 없애버렸다. 그토록 원하던 대학교 생활에서 첫 경고딱지를 받았다.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합격 통보를 받던 날 밤과 같은 자리에서, 완전히 다른 이유로.


스스로 병무청 문을 두드렸다

며칠 뒤 병무청을 방문했다.

뭔가 자극이 필요했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영장이 나오기 전에 먼저 지원 입대를 알아봤다. 가장 빠른 날짜가 그해 9월, 강원도 홍천이었다.

운전병을 지원했다. 사회에서 도로 주행 연습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었다. 군대에서 운전 경험을 충분히 쌓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싶었다.

많이 맞았고 많이 혼났다. 강원도 산골 연병장에서 새벽 구보를 하며 콧물을 훔치던 그 시간들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래도 그때의 경험은 무시하지 못한다. 몸이 기억하는 것들이 있다.


이마트 수산 코너의 비린내

2년 2개월의 시간 동안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게 됐다. 목표도 많이 세웠다.

병장 휴가 마지막 날에 이마트 면접을 봤다. 제대하자마자 바로 수산 코너에서 생선을 팔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얼음 위에 생선을 진열하고, 손님이 오면 비닐장갑을 끼고 포장을 했다. 퇴근할 때 옷에 비린내가 배어있었다. 지하철에서 혹시 옆 사람에게 냄새가 갈까 봐 문 쪽에 서 있었다. 그런데 그게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사람 냄새가 너무 많이 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아저씨들의 흥정 소리, 아주머니들의 웃음소리, 얼음이 녹으면서 나는 소리. 그 활기가 좋았다. 대학교 1학년 때는 엄두도 못 낼 아르바이트였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 복학

2학년 복학부터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다.

학사경고 딱지를 되돌려놓겠다는 마음 하나로. 창피하지만 1학년 수업과 2학년 수업을 동시에 들으며 학점을 메꿨다. 강의실에서 나보다 한 살 어린 1학년들 사이에 앉아 출석을 불렀다.

과대표를 맡았다. 장학금에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구내식당에서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점심과 저녁을 해결했다. 식판이 쌓이는 속도에 맞춰 손을 움직이다 보면 머릿속이 오히려 맑아졌다.

남보다 더 일찍 학교에 가고, 더 늦게 마쳤다. 3학년도, 4학년도 과대표를 연임하며 대학 생활을 무사히 마쳤다.


진짜 자존감은 어디서 오는가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자존감을 구한다. 명품으로 휘감고, 비싼 자동차로 자랑하며 자신을 속인다. 가짜 자존감이다.

적어도 자기 자신이 진짜 어떤 사람인지는 알아야 한다. 스스로 진짜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은 오직 하나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학사경고에서 과대표 연임까지. 그 과정이 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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