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 직장, 내 돈 주고 다니는 회사
대학을 졸업하고, 저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영화를 좋아했고, 그 속에 나오는 배경장소가 가끔 궁금했습니다. 거기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여러 사이트를 검색하고 찾은 부분이 "아트디렉터"였습니다.
"시각적인 요소와 창의적인 방향을 총괄하여 역할을 맡은 전문가로, 단순한 디자이너가 아닌, 전체적인 시각적인 전략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 사람", 즉, 하나의 요소에 국한되지 않고 넓게 보는 디자인감각이 너무나 저를 설레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디자인을 하고,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취업사이트를 검색하고, 면접을 보고, 일사천리로 졸업하자마자,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회 초년생의 첫 직장, 그것도 넓고 넓은 서울에서, 할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너무나도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서울에는 아는 사람이 이모 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모집에서 며칠 머물다가
일을 하면서, 집을 구하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야근도 많이 하고, 새벽에 퇴근할 때도, 남들 못지않게 열심히 일을 하였습니다. 6개월이 지나, 첫 월급을 받았습니다. 이쪽은 하나의 작품에 급여를 받는 시스템으로 6개월 동안 자비로 다녀야만 했습니다. ( 지금은 많이 개선된 것으로 알고는 있습니다. ). 이모집 월세, 교통비, 식비,, 모든 것을 갚아도 모자라서, 카드로 생활을 해야만 했고, 선배들께 물어도 같은 대답이었습니다. " 원래 그런 거다, 버티면 이기는 거고, 못 버티면 그냥 지는 거다"라고 같은 말만 반복하셨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체력은 바닥이 났고, 계속된 빚에 결국은 저는 사회에서 처음으로 졌습니다. 완패였습니다.
2. 해외연수 간다고, 사람을 정리하는 회사
모든 걸 정리하고, 다시 부산으로 돌아와서, 재정비를 하였습니다. 부산에 오자마자, 교수님께서 그 소식을 알았는지,
저에게 아는 지인이 A회사를 하는데, 면접을 한번 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면접을 보고 , 그 자리에서 내일부터 일을 하라고 A대표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지인찬스인가?라고 한편으로 생각은 했지만, 이것도 운보다 저의 실력이라고 믿었습니다.
조금 의아한 게, 저와 같이 들어온 직원이 2명이었고, 모두 3명이 같이 입사를 하였습니다.
작은 회사이긴 하지만 배울 것이 많으면 저 또한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열심히 다녔습니다. 어느 날,
"회사 홈페이지가 없다, 만들어 줄 수 있겠니?" A대표님께서 물었습니다. 저는 "한 번도 해본 적은 없지만, 서점에서 책을 구매해 주시면 만들어 드리겠습니다"라고 답변을 드렸고, 2~3개월에 걸쳐 회사 홈페이지를 만들어 드렸습니다.
그리고 또 어느 날은, 지방출장을 가야 되는데, 남자직원이 너밖에 없다고 해서, 몇 개월간 지방출장을 보내셨습니다. 저는 뭐든지 배우면 다 좋은 거라고 생각을 하는 성격이라, 출장도 마다하지 않고 다녀왔습니다.
열심히 다녔습니다. 서울에서의 안 좋은 기억도 있고 해서, 더 열심히 다녔습니다.
그리고 1년이 안된 11개월쯤 되던 날, A대표님은 저희 모두를 불러서, 해외연수를 간다고 하셨고, 불가피하게 회사를 정리한다고 하셨습니다. 네, 정리해고였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 회사는 매년 이렇게 한 번씩 사람을 뽑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또 저는 사회에 졌습니다.
3. 먼저 온 사람을 챙겨주는 회사
사회에서 두 번의 쓴맛을 보고, 쓰러질 제가 아니었습니다. 전 아직 젊었으니 무엇이든지 하고 싶었고, 제 가치를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저는 다시 한번 인터넷을 검색해서, 서울에 있는 세 번째 회사에 취직을 하였습니다.
세 번째 회사는 다른 회사보다, 디자인 아이디어 스케치를 많이 하는 회사로, 도시를 디자인하는 회사였습니다.
그런 매력에 매료되었고, 저는 저의 디자인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서울 생활에 안정을 취하고 있을 무렵,
어느 날 B대표님은 직원 A와 저를 회의실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그린 스케치를 보여주셨습니다.
" 둘의 스케치가 비슷하다, 어떻게 아이디어가 같을 수 있느냐?"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저희도 그 부분을 보고 놀랐습니다.
서로 공유한 적은 없었고, 같은 공간에서 스케치를 한 적도 없었습니다.
며칠뒤 팀장이 저를 따로 불러서, "미안하다, 같이 갈 수가 없겠다"라고 자리를 떠나셨습니다.
전 그 자리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울었습니다. "내가 뭘 잘못을 했지? 내가 왜?" 너무나 가슴이 아팠고, 부산에 계신 부모님 생각을 하니 너무나 눈물이 났습니다. 그렇게 저는 초라한 내 모습을 보면서, 사회와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4. 복지의 달콤함으로 가면을 쓴 회사
한동안 멘털이 나가서 인지, 많은 방황을 했지만, 고등학교 때 부모님과 한 약속도 있고, 부모님께서 밤늦게 일하시는 모습에 저는 다시 정신을 차렸습니다. 여기저기 면접을 넣다가, 한 회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주 5일 근무(야근 없음)", 와 이런 회사가 있었다니, 그것도 디자인 회사가 주 5일제라니,,, 믿기지 않았습니다.
원서를 넣고, 면접을 보고, 합격 소식을 기다렸습니다.
"다음 달부터 출근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 이제 다시 시작해 보자라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출근을 하고, 여러 동료를 만났고, 금세 친해졌습니다. 저의 능력도 인정을 받았고 너무나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주 5일제 근무(야근 없음) 그 말이 현실이었습니다. 한 달 뒤 드디어, 급여날! 부모님께 무엇을 사드리지? 하면서 내심 설레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의아한 게, 급여날 모두가 저처럼 기쁘지 않았습니다.
뭔가 이상한 분위기에 팀장님께 문의를 해보니, 아무 말도 없으셨고, 퇴근시간이 다되어 가는데도 급여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급여날 평소처럼 퇴근을 했습니다. 저는 총무과에 전화를 해서 문의를 해보았고, 낼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습니다. 아침 일찍 총무과에 가서, 급여 관련 내용을 문의를 하니, 저보고 회의실로 들어오라고 하셨습니다. " 아, 죄송합니다. 입사하실 때 전달이 안된 것 같습니다. 저희 회사는 급여를 2개월 뒤에 지급이 됩니다. "
" 네?? 그게 무슨,,," 현재 회사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서, 2개월 뒤에 지급이 되고 있고, 3개월 뒤에 받는 분도 계십니다."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하셨습니다. 저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또,,
5. 과정을 즐기자, 즐기다 보면 임계점을 경험할 수 있고, 나를 성장시킨다
위의 모든 과정을 거치고 거쳐서, 저는 지금 15년째 제가 좋아하는 디자인을 하면서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가질 수 없었습니다. 지속적으로 도전을 하지 않았다면, 실패의 고통과 슬픔은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배울 수 없고, 느낄 수 없고, 달라질 수 없고, 성장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나는 나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 도전을 했고, 지금도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뻔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밖에서 답을 구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답은 언제나 내 안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