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등학교 입학과 진로변경
저는 운 좋게 명문 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중학교 때는 몰랐는데, 막상 고등학교에 입학하니,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야구부 친구들처럼 재능이 있거나, 영어, 수학을 특별하게 잘하는 친구들처럼 공부도 잘하지도 못하였습니다.
1년을 공부해 보고, 이건 아니다 싶어서, 고2 때 부모님께 미술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현실의 도피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저는 유치원 때부터 미술을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네, 물론, 좋아만 하였고, 특별하게 잘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잊고 있었던 미술을, 고2 때 다시 제 가슴속에서 꺼내 들었습니다. 갑자기 인문계에서 예체능계를 간다고 하니, 부모님의 반대는 심했지만, "한 번만 저를 믿어 주시겠어요?"라고 설득한 끝에, 진로를 변경하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음날, 미술학원을 등록을 하였습니다.
제대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던 터라, 학원을 다녀야만 했습니다. 비싼 학원비만큼 저는 밤늦게까지 열심히 하였습니다.
주말에도 꾸준히 나가서 연습하고 또 연습을 하였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미술대학교 시험은 제한된 시간 안에 석고상을 그려야 되는 시험이 있습니다. 처음 보는 석고상 앞에서 저는 무조건 시간 내에 그려야만 했고, 예술고등학교 나오는 친구들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술 학원도 서로 간의 대학합격률로 경쟁을 해야 돼서, 엄청 엄격했습니다. 저는 그때 많이도 맞았습니다. 못 그렸으니깐요,
야구방망이에 엉덩이가 부을 정도로 많이 맞았습니다. 한 번은 너무 맞아서, 집으로 가는 길에 절뚝절뚝 걷고 있으니, "학생 괜찮아? 차에 태워줄까?"라고 하더군요,, 눈물이 났습니다. 집에 가면 그런 모습을 보이면 제가 부모님과 약속한 것과 다르기에, 애써 아무렇지 않게 집으로 들어가고는 했습니다. 그래도 부모님은 아시더군요, 욕을 하시면서,
당장 달려가서 학원선생님을 만나야겠다고 하셨지만, 조금만 참아달라고 하였습니다. 저와 부모님은 밤새 울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시간이 흘러, 어느덧 입시 시험이 다가왔습니다.
2. 집요함의 끝은?
드디어, 수능을 마치고, 저는 실기시험을 준비하고, 다가오는 실기시험을 기다렸습니다.
실기시험 날, 석고상이 배정이 되었고, 제발 제가 원하는 위치가 나오기를 바랐고 바랬습니다. 시험장에 들어간 순간, 얼음이 되었습니다. " 완전측면!! 아,, 하늘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많이 그려보지도 않는 위치선정에 당황스러웠습니다.
몇십 분 동안 연필만 들고 멍하니 석고상만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한 뒤, 데생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몇 시간이 지난 뒤, 종료라는 말이 들렸고, 저는 연필을 놓았습니다. " 네, 완성했습니다. 시간 내 데생을 마무리하였습니다."
뒤에 있는 친구가 계속 신기하다며 저를 쳐다봤습니다. 분명 완전측면인데, 제가 그린 그림은 완전 정면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상한 녀석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저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미술학원에서 모든 석고상의 정면을 다 외웠습니다. 남들보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모든 석고상의 정면만이라도 다 그려보자고 제 자신과 약속을 했기 때문입니다. 매일매일 미친 듯이 그렸습니다.
3. 타고난 운명을 바꾸기 위해 목숨을 걸어본 적 있을까요?
예전에는 각 위치에서 확인하는 게 아닌, 전체 그림을 모아서, 다른 장소에 가서, 바닥에 모두 깔고, 거기서 채점을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 채점방식 덕분에 다행히 저는 합격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성을 했기 때문입니다. 꿈에 그리던,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디자인 학부에서 1년을 보내고, 2학년부터 전공을 선택하였습니다.
현재 제가 하고 있는, 디자이너, 그 첫발을 내딛게 된 시작이었습니다.
여러분도 "타고난 운명을 바꾸기 위해, 목숨을 걸어본 적 있을까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 한 번이라도 있을까요?
4. 직업과 꿈은 다르다
지금까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낀 게 하나 있습니다. 어느 누군가의 말처럼,
"직업이 꿈이 되면 삶은 허무해집니다. 직업은 절대 꿈이 될 수 없습니다.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이어야 됩니다."라는
말을 가슴에 새겨 두시길 바랍니다.
저의 꿈은 디자이너가 아닙니다.
저의 꿈은 디자인을 좋아하고, 사람냄새가 나는 좋은 아빠, 좋은 남편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